대기업 10곳 중 7곳 “자금 압박 원인은 환율·관세”

대기업 10곳 중 7곳 “자금 압박 원인은 환율·관세”

투자 여력 떨어지며 미래 준비도 부담…“불확실성 완화 필요”

기사승인 2025-11-26 11:40:37 업데이트 2025-11-26 12:33:56
11월14일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의 자금 사정이 전년보다 악화됐다는 응답이 호전됐다는 응답보다 많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기업들은 고환율과 미국발 관세 인상 등 통상 불확실성을 올해 가장 큰 리스크로 지목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매출액 1000대 수출 제조기업 111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자금사정 인식 조사’에서 27.0%가 “자금 사정이 작년보다 악화됐다”고 답했다고 26일 밝혔다. “호전됐다”는 응답은 23.4%, “비슷하다”는 응답은 49.6%였다.

자금 사정이 나빠진 이유로는 △매출 부진(40.0%) △원자재 등 제조원가 상승(23.3%) △차입비용 증가(11.1%) △인건비·물류비 부담 증가(10.0%) 등이 꼽혔다.

원·달러 환율 1470원대 중반의 고환율이 이어지는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되어 있다. 연합뉴스

기업들은 자금 부담을 키우는 최대 외부 리스크로 ‘환율 상승’(43.6%)을 가장 많이 선택했다. 이어 △미국발 보호무역·관세 인상(24.9%) △미·중 등 주요국 경기 둔화(15.6%) △공급망 불안(9.6%) 순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올해 6월 평균 1,365원에서 11월(1∼19일 기준) 1,455원까지 상승했다.

자금 관리 과정에서의 애로사항도 환율·원자재 가격 변동(45.4%)이 가장 컸다. 다음으로 △수출·투자 환경의 불확실성(20.7%) △자본·금융시장 규제(13.8%)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10.8%) 등이 뒤를 이었다.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은 작년보다 증가했다는 응답이 20.7%로, 감소했다는 응답(12.6%)보다 높았다. 기업이 적정하다고 본 기준금리는 현 2.50%보다 낮은 1.80%였다.

올해 자금 수요는 전년 대비 증가했다는 응답이 32.4%로, 감소했다는 응답(18.0%)을 크게 앞질렀다. 자금이 가장 많이 투입된 분야는 △원자재·부품 매입(35.7%) △설비투자(30.7%) △연구개발(R&D·15.3%) △고용(9.9%) 순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AI) 활용을 위한 자금 수요도 전년보다 늘었다는 응답이 18.9%로, 감소(8.1%)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 기업들의 투자 방향이 ‘AI 전환’으로 옮겨가고 있는 흐름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정책 과제로는 △환율 변동성 최소화(29.5%) △수출·투자 불확실성 완화(17.1%) △공급망 다변화(16.8%) △탄력적 금리 조정(16.2%) 등이 필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관세 인상의 여파와 환율 고공행진이 내수 부진과 겹쳐 기업들의 자금 사정 어려움이 여전하다"며 "대내외 불확실성 완화 노력과 함께 과감한 세제 지원과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AI 전환 등 미래를 위한 투자 여력 확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혜민 기자
hyem@kukinews.com
이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