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컷’ 소리에 일어나셨으면”…국민배우 故 이순재, 후배들 눈물 속 영면

“‘컷’ 소리에 일어나셨으면”…국민배우 故 이순재, 후배들 눈물 속 영면

기사승인 2025-11-27 10:07:34
27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배우 이순재 영결식이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고(故) 이순재가 영면에 들었다. 눈을 감기 직전까지 연기 열정을 잃지 않았던 국민 배우의 마지막 길에는 배우 김영철, 하지원, 정보석 등 많은 후배가 함께해 고인의 생전 삶을 짐작게 했다.

이순재의 영결식은 27일 오전 5시30분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열렸다. 

이날 추도사는 배우 김영철과 하지원이 낭독했다. 김영철은 “오늘 이 아침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나. 선생님이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좋았어’ 하시면 좋겠다”며 울컥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하지원은 “선생님은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일 뿐만 아니라 연기 앞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던 진정한 예술가였다”고 기렸다.

또한 김영철과 하지원은 선배 이순재를 추억했다. 김영철은 “선생님 곁에 있으면 방향을 잃지 않았다. 눈빛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고 했고, 하지원은 연기 고민을 털어놨을 때 고인이 건넸던 “인마, 지금 나도 어렵다”는 위로를 언급하며 깊이 기억할 것을 다짐했다.

사회를 맡은 정보석은 “방송 문화계 연기 역사를 개척해 온 국민배우”라며 “배우라면 선생님의 우산 아래에서 덕을 입지 않은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배우 하지원이 27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배우 김영철이 27일 서울 풍납동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된 배우 이순재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결식장은 배우 김영철, 유동근, 최수종, 박상원, 이원종, 정동환, 정일우, 정준하, 정준호, 정태우와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으로 가득 찼다. 이순재가 석좌교수로 재직했던 가천대 연기예술과 학생들도 애통한 심경으로 자리했다.

헌화와 묵념이 끝나고 눈물 속 운구 행렬이 이어졌다. 운구차는 별도 추모 공간이 마련된 KBS를 들르지 않고 장지인 이천 에덴낙원으로 향했다.

1934년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난 이순재는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TBC 1기 전속 배우로 발탁된 1965년부터 드라마 ‘개소리’,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선보인 2024년까지 쉬지 않고 활동해 후배들의 귀감이 됐다.

대표작은 ‘사랑이 뭐길래’(1991), ‘허준’(1999)이며, 이밖에도 ‘이산’, ‘흥부네 박터졌네’ 등 장르 불문 방대한 필모그래피로 시청자를 만났다. 시트콤 ‘하이킥’ 시리즈를 통해서는 친근한 이미지로 젊은 세대와 거리를 좁혔고, 예능 ‘꽃보다 할배’에서는 본보기가 되는 어른으로서 큰 울림을 선사했다.

나이를 잊은 도전은 계속됐다. ‘장수상회’(2016)를 시작으로 연극 무대에 돌아온 이순재는 ‘앙리할아버지와 나’(2017), ‘세일즈맨의 죽음’(2017), ‘리어왕’(2021)에 참여했다. 지난해 역대 최고령 KBS 연기대상 수상자가 되는 영예를 안기도 했다. 당시 고인은 “시청자 여러분께 평생 신세 많이 지고 도움 많이 받았다”고 소감을 전했다.

정부는 25일 이순재가 문화예술 발전과 국민의 문화 향유 확대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하다고 판단해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심언경 기자
notglasses@kukinews.com
심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