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에 장기간 종사하며 지역에 뿌리를 내릴 ‘이웃’을 만들기 위해 울산시가 나섰다. 법무부가 독점해온 비자 발급 권한을 지자체로 일부 이양한 첫 사례인 ‘울산형 광역 비자(E-7)’ 제도가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27일 울산시에 따르면, ‘광역형 비자’ 시범사업의 1호 대상자인 베트남 기술자 49명이 지난 25일 울산에 입국했다. 이번 ‘울산형 비자’는 지자체장이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력을 직접 추천하는 방식이다. 그간 국내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인력난 해소를 위해 중앙정부 주도로 이루어지던 단순 노무 인력(E-9) 수급과는 궤를 달리한다.
김노경 울산시 기획조정실장은 “전문 직종을 가진 노동자가 울산시에 와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하면서, 까다로웠던 요건들을 광역 비자를 통해 시가 자체적으로 설계 가능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정주형 모델’이라는 점이다. 단기 체류 중심이었던 기존 외국인 노동자와 달리, E-7(특정활동) 비자 소지자는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F-3(동반) 비자로 초청할 수 있다. 반면 기존 E-9 비자는 가족 초청 자체가 금지돼 있었다.
이에 따라 울산시는 가족 동반 이주를 허용해 장기 거주 기반을 마련하고 지역 사회 정착을 돕는 정책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위기 속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편입시키려는 새로운 정책적 시도다.
울산시가 이러한 비자 실험에 나선 배경에는 조선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는 인력난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국내 조선업은 연평균 1만2000명 이상 인력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업계 전반이 절대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의 추격도 매섭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중국 경제 부상에 따른 국내 산업 영향 인식 조사’에 따르면 한국 조선 기업의 경쟁력을 100으로 볼 때, 중국은 이미 96.7 수준으로 추격했다. 협회는 2030년이면 중국이 106.7로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5년 뒤면, 단순 물량뿐 아니라 기술 경쟁력에서도 밀릴 수 있다는 경고다.
울산시는 이러한 문제를 해외 현지 훈련센터에서 기량을 검증받은 '즉시 전력'을 투입해 생산성을 높이고, 장기 정착 기반을 제공해 인력 유출을 막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다만, 무분별한 이주노동자 확대에 따른 국내 인력 감축 우려도 존재한다. 울산 동구 주민들과 일부 단체는 이러한 정책으로 오히려 국내 조선업의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울산 동구살리기 주민대회 조직위원회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동구의 주력 산업인 조선업은 유례없는 대호황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 대량 유입으로 지역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직위는 “이주노동자의 무분별한 급증은 기존 하청노동자의 고용불안과 일자리 감소, 임금 하락을 불러온다”며 “또 소비능력이 낮은 이주노동자로 인해 상가 공실, 골목상권 붕괴 등 지역경제 침체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기존 구조의 개선 없이 이주노동자에 의존하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조선업계 한 종사자는 “외국인 노동력이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단순 머릿수 채우기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본질적 문제인 내국인 숙련공들의 노동환경 개선과 원·하청 구조의 합리적 개선을 통해 청년 고용을 확대하는 정책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는 이번 제도를 착실히 이행해 지역 맞춤형 외국인 인재를 길러내는 시금석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김노경 울산시 기획조정실장 “지역 산업 현장의 인력 수급과 지속가능한 외국인력 운용 체계 구축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