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첫 삽 뜬 용산정비창…주택 공급 놓고 갑론을박

20년 만에 첫 삽 뜬 용산정비창…주택 공급 놓고 갑론을박

기사승인 2025-11-29 06:00:10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조감도. 서울시 제공

서울시가 유휴부지인 용산정비창을 활용해 용산국제업무지구를 조성하고 주택 1만3000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권은 공급 규모를 2만호로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주택공급을 완전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과 민간에 토지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역 뒤편 약 45만6099㎡ 부지를 활용해 추진되는 대규모 복합 개발 사업이다. 해당 부지는 서울 중심부 마지막 유휴부지인 ‘용산정비창’으로 한국철도공사(코레일·70%)와 서울시(30%)가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 시행사는 코레일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이며 총 사업비는 51조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용산 일대의 입지적 장점을 살려 서울역·용산역·한강변 축을 연결하는 입체복합수직도시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개발 구역은 △글로벌 헤드쿼터 유치를 목표로 한 국제업무존 △업무와 상업시설을 결합한 업무복합존 △주거·의료·교육시설이 결합된 업무지원존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업무·주거·여가·문화 기능을 한데 모아 효율성과 쾌적성을 높이고 생활에 필요한 이동을 도보로 해결할 수 있는 ‘콤팩트 시티’ 구현을 목표로 한다. 브랜드 명은 ‘용산 서울 코어’로 확정됐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은 2006년 노무현 정부 시절 ‘철도경영 정상화 종합대책’에서 시작됐다. 당시 코레일이 정부의 KTX 건설비를 부담하게 되면서 용산정비창 부지 개발로 적자를 충당하려 했다. 2007년 개발계획이 정식 발표됐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2011년 민간 시행사가 부도나고 2013년 민간참여 특수목적법인(SPC)이 최종 청산하면서 사업은 좌초됐다.

문재인 정부는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용산정비창 부지에 1만 가구 주택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오 시장은 취임 직후 ‘제2한강르네상스’ 추진을 예고하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을 본격적으로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 시장은 당시 주택 비중을 30%로 줄이고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용산정비창 주택 공급량을 둘러싼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1월, 도심 내 택지 부족으로 인한 주택 불균형 해소를 위해 용산국제업무지구 내 6000호, 지구 외 반경 1km 내 7000호를 추가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 1만3000호라는 기본 계획 틀은 유지하되 주택 비중을 일부 미세 조정할 방침이다.

반면 여권에서는 주택 공급 규모를 2만 가구로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아파트 2만호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해 달라고 제안했다. 이에 구 부총리는 “관계 부처와 점검해 주택으로 공급이 가능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 사업과 관련해 “서울시가 추구하는 방향과 국토부가 생각하는 방향이 있지만 이 문제도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결론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주택을 늘리는 것을 두고 부정적 의견도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정부가 주택 공급을 늘리고 싶어 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여의도도 업무지구로 완전히 개발됐었어야 했는데 주택과 업무 시설이 섞인 애매한 지역이 되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차라리 해당 부지는 업무시설 중심으로 개발하되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발이익을 환수해 3기 신도시 반값 아파트 등 다른 주택 공급에 활용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민단체는 27일 열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기공식에 참석해 개발 계획 철회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참여연대는 “용산정비창 부지는 민간 매각이 아닌 공공이 보유하고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확대하는 용도로 활용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공기관인 한국철도공사에 부지 매각을 중단 및 원점에서 재검토를 지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