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키오스크 활용이 급증하며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병원·식당 등 필수 이용시설까지 무인화가 확산되면서, 노인층은 ‘기계 앞에서 멈추는’ 상황을 반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맞춤형 안내 인력 확대와 디지털 접근성 기준 정비가 시급하다고 조언한다.
‘접수·수납’ 기계 앞에서 직원 도움 기다리는 노인들
1일 오전 서울 시내 일부 대학병원을 방문한 결과, 키오스크 앞에서 발을 동동 구르거나 직원·봉사자의 도움을 기다리는 노인들의 모습이 종종 관찰됐다. 특히 고령층이 많은 병원의 접수·수납 창구에서는 직원이나 봉사자의 개인 도움 없이는 업무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80대 A씨는 “접수처로 가니 여기(키오스크)로 와서 하라고 하는데, 나나 우리 영감(남편)은 몰라서 직원이 도와줬다”라며 불편을 호소했다. 50대 최모씨는 “우리 나이대 정도만 해도 괜찮은데, 60~70대 이상 어르신부터는 (기계 조작이) 둔감할 수밖에 없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현장에 배치된 자원봉사자 B씨는 “우리는 특정 시간대에만 있어 늘 인력이 충분한 건 아니다”라며 “자주 오는 분들은 알아서 잘하기도 하시는데, 아닌 분들은 잘 알려드려야 한다”고 했다.
최근 한 연예인도 방송에 나와 “얼마 전 대학병원에 갔는데 접수·수납을 다른 키오스크에서 해야 했다”며 “물어보려고 하면 ‘기계에서 하고 오라’고 해, 이래서 어르신이 병원에 다닐 수 있겠나 싶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장년층도 어려움을 겪는데, 노년층 어려움은 얼마나 크겠냐는 것이다.
키오스크 3년 새 30만 대 급증…노인 18%만 이용 가능
키오스크는 단순 보조 기구를 넘어 생활 전반으로 급속히 확산됐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키오스크 보급 대수는 2021년 21만33대에서 2023년 53만6602대로, 3년 사이 30만 대 이상 폭증했다.
반면 고령층의 키오스크 활용 역량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노인실태조사(2023년)를 보면, 키오스크를 이용해 주문 및 접수를 할 수 있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약 18%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특히 75세 이상 연령군에서는 약 10% 미만이 가능한 수준으로 고연령 집단의 취약성이 더욱 높다”고 밝혔다. 사실상 노인 10명 중 8명 이상이 키오스크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취약계층 눈높이에 맞춰 기계 제작해야”
전문가들은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실질적인 도움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박승희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수발(지원을 통한 돌봄)’ 개념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스웨덴의 경우 장애인이나 어르신이 집에서 병원에 갈 때 도움 인력이 있는데, 한국은 가족들이 도맡아 하고 있다”며 “우선 병원 등 필수 이용 시설에 안내 직원을 더 배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비단 키오스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이 스마트폰으로 통하는 세상인데, 어르신들은 배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허 교수는 “이들을 위한 디지털 교육을 지금보다 더 전방위적으로 늘려야 하고, 기계를 공급자 중심이 아닌 노인 등 취약계층 눈높이에 맞춰 만드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