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 안정에 국민연금이 소환된 이유는 [알기쉬운 경제]

외환시장 안정에 국민연금이 소환된 이유는 [알기쉬운 경제]

국민연금과 환율 안정, 두 마리 토끼 노리는 ‘뉴 프레임워크’

기사승인 2025-12-02 06:00:14
국민연금공단 제공.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기 위해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구축 논의를 개시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외환시장 충격에 갑자기 국민연금이 소환됐습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70원대 안팎을 넘나들며 1500원을 넘보고 있습니다. 정부는 고환율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로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를 지목했습니다. 

환율 급등이 왜 국민연금 구조 개편 논의로까지 이어진 것일까요. 국민연금이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짚어봤습니다. 

외환시장 ‘큰 손’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전 국민의 노후 자산으로, 올해 8월 말 기준 기금 규모만 1322조원에 달합니다. 올해 모수개혁으로 보험료율이 인상(9→13%)되면서 향후 기금 규모는 3600조원 이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국민연금은 전체 기금의 58.3%(약 771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해외 주식·채권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난 10월 말 기준 외환보유액(약 628조)을 웃돕니다. 구체적으로는 해외 주식 486조4000억원, 해외채권 96조원, 해외대체투자 188조8000억원입니다. 

문제는 해외투자 과정에서 막대한 달러를 사들인다는 점입니다. 해외에 투자하려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 달러의 수요가 늘면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이는 환율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정부가 국민연금의 대규모 해외투자를 고환율 원인으로 지목한 이유입니다. 

안정 방안으로 통화스와프·전략적 환헤지 거론

정부는 국민연금을 활용한 외환시장 안정 방안으로 통화스와프를 먼저 제시했습니다. 외환당국과 국민연금간 통화스와프는 국민연금이 시장에서 직접 달러를 사는 게 아닌, 외환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미리 약정해 빌려 쓰는 방식입니다.  외환시장 내 달러 수요 급증을 제한해 원화가치 하락(환율 상승)을 방어하는 겁니다. 

한국은행과 국민연금은 연간 65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고 있는데, 정부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계약을 연장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카드로는 ‘전략적 환헤지’가 있습니다. 환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미리 정해둔 가격으로 전체 외화자산의 최대 10%까지 파는 방식(선물환 매도)입니다. 이는 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줄이기 위한 거래로, 국민연금이 시장에 달러를 푸는 효과를 냅니다.

다만, ‘이례적 고환율’ 상황에서만 작동할 수 있어 발동 요건이 까다롭고, 과도한 환헤지는 국민연금의 장기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국민연금은 다른 나라와 달리 운용 자금이 가파르게 늘었다가 고령화 심화로 (자산을 팔아) 빠르게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특수한 실정”이라며 “유연하게 환율 수준에 맞춰서 (전략적 환헤지 등을) 하는 것이 국민의 노후자산을 보호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기재부는 전략적 환헤지에 대해 기금 운용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고려해 복지부 장관 주재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입니다. 다만 기금위의 일원으로서 연금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 공공성이 조화롭게 고려되도록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금 수익·환율 안정 노리는 ‘뉴 프레임워크’


정부가 논의를 시작한 ‘뉴 프레임워크’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챙기면서도 외환시장 안정을 도모하는 새로운 틀을 의미합니다. 정부는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한국은행·국민연금 등 4자 협의체를 구성해 단기 대책뿐만 아니라 중장기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한다는 구상입니다.

구 부총리는 “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시계에서 연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연금 동원론’에는 선을 긋습니다. 구 부총리는 “뉴 프레임워크 논의는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연금을 동원하기 위한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며 “기금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도록 근본 대안을 마련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서는 4자 협의체 구성 자체가 국민연금의 기존 기금운용 체계와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의 전술적 자산배분은 기금위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4자 협의체를 새로 구성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금위에 협조 요청을 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경제 기초체력 저하와 과도한 국가부채 등 복합적 요인으로 달러공급 요인이 줄면서 환율이 오르는 것으로 고환율은 일시적 현상이 아닐 수 있다”며 “결국 새로운 경제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