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280만 시대…새 고객층 선점 나선 은행권

외국인 280만 시대…새 고객층 선점 나선 은행권

‘포화상태’ 내국인 시장…“외국인 고객 잡아라”
외국인 전용 앱 개편부터 다국어 지원 확대까지

기사승인 2025-12-03 06:00:05
2025 외국인 취업·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시중은행들이 국내 거주 외국인을 고객으로 확보하기 위해 각종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외국인 전용 앱 개편부터 언어 지원 확대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으며 고객 확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의 비대면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외국인 고객 전용 앱 ‘SOL Global'을 전면 개편했다. 외국인 고객의 회원가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전자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보안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중 외국인 전용 신용대출 상품 ‘글로벌론’을 ‘SOL 글로벌’에 탑재해 외국인 고객이 계좌 개설부터 대출 신청까지 비대면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외국인 고객 전용 전화 상담 채널인 외국어 상담센터에 우즈베크어와 네팔어를 추가하는 등 언어 지원 확대도 이어가고 있다. 

외국인 고객 확보를 위한 서비스 경쟁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 중이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외국인 전용 앱 ‘Hana EZ'를 금융 서비스뿐 아니라 구인·구직 등 생활 서비스까지 지원하는 통합 플랫폼으로 전면 개편했다. 지난 9월부터는 9개 언어로 실시간 다국어 채팅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16개 언어로 확대할 예정이다. 

우리은행 역시 외국인 전용 앱 ‘우리WON글로벌’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 입국 예정인 외국인을 상대로 국내 영업점 방문을 예약하는 사전방문예약 서비스 등이 대표적이다. 

공공형 외국인 계절근로자 이용률이 높은 농협은행은 생성형 AI 기반 상담 서비스 ‘Global Chat(글로벌 챗)’을 도입했다. 여기에 영어·중국어·베트남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하는 ‘일대일 문의 번역’ 서비스도 별도로 마련해 외국인 고객의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외국인 고객들이 가장 어려움을 겪는 부분이 언어라 이와 관련된 서비스 강화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양한 국적의 고객들이 늘면서 다국어 지원 확대 등 기존 서비스 고도화와 전용 상품 출시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고객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중계 수수료와 전신료 없이 송금수수료 5000원만 내면 이용 가능한 외국인 고객 전용 해외송금 서비스(KB퀵센드)를 선보였다. 

은행권의 외국인 전용 서비스 강화는 국내 체류 외국인이 새로운 ‘고객층’으로 부상한 데 따른 변화다.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늘어나는 외국인 고객을 전략적 유치 대상으로 삼고 있다. 

실제로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국내 체류 외국인은 283만7525명으로 전월 대비 3.6% 증가했다.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280만명을 넘어섰다. 이에 따른 외국인의 국내 소비도 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 체크카드 이용 고객 수는 2019년 대비 46% 증가했으며, 인당 월평균 이용 건수도 22.8건으로 5년 전보다 약 20% 늘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국내 거주 외국인 고객이 늘면서 은행권에서 외국인 고객을 주요 고객군으로 바라보고 있다”며 “이에 맞춰 금융 접근성을 개선하고 관련 서비스도 늘리려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태은 기자
taeeun@kukinews.com
김태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