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정비사업에서 건설사들의 경쟁 입찰보다 수의계약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사비 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경향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에서 수의계약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서울 성북구 장위15구역 재개발 정비사업 조합은 현대건설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사로 선정했다. 장위15구역은 성북구 장위동 233-42번지 일대로 구역 면적은 약 18만7669㎡다. 이곳에는 지하 5층~지상 35층 아파트 37개동 3317가구와 부대복리시설이 조성될 예정이며, 예정 공사금액은 무려 1조46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입지가 우수한 강남구 등 다른 지역에서도 수의계약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9월 강남구 압구정2구역 재건축 사업은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2파전이 예상됐으나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로 수주했다. 지난달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롯데건설과 삼성물산의 2파전이 유력했지만, 롯데건설이 입찰에 불참하면서 삼성물산이 수의계약에 성공했다.
건설사들은 경쟁 입찰에 참여할 때 발생하는 비용 부담 때문에 사업을 선별적으로 수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들인 홍보비 등은 매몰 비용으로 그대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입찰이 유력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아무리 입지가 좋은 지역이더라도 입찰에 참여해서 들인 돈을 생각하면 리스크가 크다”며 “요즘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감당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사비 상승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건설사들은 원자잿값과 인건비가 오르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확보된 일부 사업장을 제외하고는 보수적으로 수주에 나서고 있다. 현재 서울의 입지가 좋은 지역에서는 3.3㎡(평)당 공사비가 1000만원을 넘는 곳도 있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는 평당 1132만원, 여의도 대교아파트는 1120만원 수준이다. 더불어 경쟁 입찰에 참여할 경우 조합에 유리한 조건을 맞춰야 해 사실상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
다만 조합 측은 경쟁 입찰을 선호한다. 건설사 간 경쟁이 있어야 서로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경쟁 구도가 형성되면 건설사들은 자신이 수주하기 위해 공사비 절감, 공사 기간 단축, 자금 지원 등 조합에 유리한 제안을 내놓게 된다. 서울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경쟁 입찰 분위기가 조성되다가 한 건설사가 빠져 수의계약으로 이어지면 조합 내부에서 실망감이 크다”며 “경쟁이 돼야 더 좋은 조건을 받아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경쟁 입찰을 유도하기 위해 조합장이 직접 책임까지 건 사례도 나타났다. 강남구 개포우성4차는 조합장이 경쟁 입찰을 공언하며 직까지 걸었다. 해당 단지는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2파전이 유력했지만, 포스코이앤씨의 잇따른 사고로 입찰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결국 롯데건설의 단독 입찰이 유력해진 상황에서 조합장은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을 반드시 참여시켜 경쟁 입찰을 유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이 뛰어난 사업지를 제외하면 수의계약 중심의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지 말고는 수의계약 중심이 될 것 같다”며 “건설 경기가 위축돼 있는 상황에서 경쟁 입찰을 하면 경쟁 과정에서 원하는 조건이나 비용을 맞춰야 하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공사비가 계속 오르면서 건설사들의 마진이 줄어들고 있다”며 “이로 인해 경쟁 입찰이 유력하면 아예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