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명이 지지고 볶는, 대사의 향연을 꼭 경험해보고 싶었다.” 배우 공효진(45)이 영화 ‘윗집 사람들’(감독 하정우)을 택한 이유다. 극중 가장 현실적이고 공감 가는 정아로 분해 ‘생활 연기’의 정수를 보여준 그는 현장에서 배우들과 배틀을 벌였다고 표현했다.
‘윗집 사람들’은 매일 밤 섹다른 층간소음으로 인해 윗집 부부(하정우·이하늬)와 아랫집 부부(공효진·김동욱)가 함께 하룻밤 식사를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다. 3일 개봉한다.
공효진의 말대로 ‘윗집 사람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의 향연’이었다. 한 공간에서 인물들의 대화가 끝없이 이어지는데 그 양이 방대하고, 이 가운데 배우들은 말맛을 살려야 했다. 2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잘한다고 생각했던 배우들이 모였으니 어떻게 주고받을지 궁금했다. 치열하게 연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프로세스가 재밌을 것 같았다. ‘못 먹어도 고’라는 생각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러한 구성상 다른 작품과 대사 처리 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었다. 공효진은 “억지로 텐션을 만들고 그걸 유지해야 했다. 기존에 했던 연기보다 톤, 높낮이, 리듬을 많이 올리려고 노력해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했다. 가만히 앉아서 대사만 하는데 뭐가 이렇게 피곤할까 했다”면서도 “너무 흥미로웠다”고 부연했다.
정아는 스와핑을 제안하는 윗집 부부, 권태기로 대화를 거부하는 남편 사이에서 관객이 마음을 붙일 만한 캐릭터였다. 그만큼 정아의 리액션이 중요했는데, 공효진은 자신의 미션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평가받는다. 그럼에도 그는 “쉬운 역할이었다”며 “누구도 무안하게 하고 싶지 않고 싫은 걸 싫다고 잘 못하고 두루두루 잘 어울리려는 성향이 강한 여자라서 리액션이 제일 쉬웠다”고 겸손하게 반응했다.
작품은 현수(김동욱) 정아 부부가 사는 아랫집과 문밖 엘리베이터에서만 전개된다. 사실상 집에서 모든 이야기가 펼쳐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로 인한 장단점은 뚜렷했다. 공효진은 “같은 조명에 같은 세팅이니 놓쳤거나 아쉬운 커트를 다시 촬영해서 붙이기 용이했다”면서도 “세트 안에서만 촬영이 진행돼서 피로도가 높았다. 해를 못 봐서 그런지 자잘한 질병이 하나씩 나타나더라”고 밝혔다.
공효진은 감독이자 배우로 함께한 하정우에 대해 “리더십 강한 사자 같은 면이 있는데 소심할 때 엄청 소심하다. 이건 사실이다.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주지훈 씨밖에 없다”고 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뒷모습이 처연해 보일 때가 있었다. ‘감독과 배우를 같이 하시니 얼마나 스트레스가 심할까’라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성격을 아니까 괜찮았을 테지만 몸이 열 개는 돼야 할 것 같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감독 하정우의 장점을 묻는 말에는 “이경미 감독님의 ‘미쓰 홍당무’ 이후로 영화에서 처음 느꼈는데 굉장히 섬세한 디테일을 잘 캐치해 주신다”며 “제가 생각하는 오케이 커트가 있어도 여러 면에서 다른 게 오케이일 때가 있다. 그런데 배우가 봤을 때 포착되는 감정의 미묘함을 찾아내신다. 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훨씬 대화가 쉽다고 느꼈다”고 치켜세웠다.
정작 공효진은 정아에게 몰입하기 쉽지 않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편인 싱어송라이터 케빈 오와 행복한 신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진짜 부부가 다 저렇게 되는 거야?’ 했다.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다들 더 살아보고 얘기하자고 하는데 너무 두렵다”며 “케빈 오는 배우가 아니라서 제 멜로 연기를 보고 ‘기분이 이상해’라고 한다. 익숙해져야 한다고 말하는데 ‘안 볼래’라고 한다. 아직도 질투가 난다면 감사한 거다. 귀엽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임신 초기 이를 숨기고 작품에 적극적으로 임했던 이하늬를 언급하며 자연스레 자녀 계획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이와 관련해 공효진은 “아기를 낳은 친구를 보면 너무 부럽기도 하고 겁이 나기도 한다. 처음에는 임신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너무 개인적인 거 아닌가 생각했었는데, 절친이 결혼했다고 치면 저도 물어볼 것 같더라. 다들 기대가 있으신 것 같아서 부응해보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 역시 달라졌다. 공효진은 “큰 틀에서는 없지만 은근히 신경 쓴다”고 털어놨다. 케빈 오와의 교제 기간과 맞물리는, 2년의 공백기와도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그는 “쉬는 게 좋아서 어떻게 또 연기하나 했었는데 연기가 너무 하고 싶어진 상태로 작품에 들어가면서 임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이때까진 힘을 빼야 자연스러운 연기라고 믿었는데 조금 정성을 들이게 되더라. 더 디테일해진 것 같은데 어떻게 보일지 궁금하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