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저지를 주도했던 시민사회 대표들이 집권 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개혁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강한 요구를 제기했다. 민주당이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 시민사회와의 협력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정치·헌법·사법 개혁에서 실질적인 이행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다.
민주당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당대표회의실에서 ‘12·3 내란 저지 1년 시민사회 대표단 간담회’를 열고 당시 비상계엄 저지 과정에서 역할을 했던 시민사회 인사들을 초청했다. 김현정 민주당 대외협력위원장은 “계엄 1년을 맞아 빛의 광장 혁명을 함께했던 시민사회 대표단을 만나 윤석열 탄핵과 파면 이후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위한 고민을 공유하고 연대를 강화하고자 한다”고 간담회 취지를 설명했다.
시민사회 대표단은 이날 간담회에서 ‘내란 잔재’가 여전하다며 청산을 위해 민주당이 국민들 앞에서 약속한 정치 개혁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 5월9일 당시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과 시민사회의 합의를 끌어낸 ‘광장대선시민연대-제정당 연석회의 공동선언문’을 적극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공동선언문에는 크게 △결선투표제 도입과 총선에서 비례성 확대 강화 및 원내교섭단체 기준 완화 △국민참여형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추진 △시민사회와 제 정당이 참여하는 ‘사회대개혁위원회’ 출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촛불 정부를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가 성과를 독식해 결국 검찰 부패 정권에 정권을 넘겼다”고 지적하며 “오는 15일 사회대개혁위가 출범할 예정이지만 정치 개혁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광장에서 약속했던 정치적 합의가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길 전국시국회의 상임공동대표도 “공동선언문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직후의 엄중한 국면에서 작성된 만큼 집권 여당이 책임 있게 추진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최영찬 빈민해방실천연대 공동대표는 “광장 시민들이 민주당에 부탁했던 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개헌에 나서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윤복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장은 “1987년 헌법 체제의 종언인 윤석열 내란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개헌은 필수인데도 (개헌이) 너무 지지부진하다”며 “내년 지방선거에서 개헌안을 국민투표까지 부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해 달라”고 말했다.
윤 회장은 사법(검찰·법원)개혁에 대한 공론화도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의 적극적 추동은 지지한다”면서도 “제도 개혁이 되려면 방향도 중요하지만, 개혁에 저항하는 논리를 압도할 만큼의 면밀한 검토와 섬세한 절차 진행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필요하면 공청회도 하는 등 다양한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지만 국민적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본다”며 “더 신경을 써서 제대로 된 사법개혁을 완수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시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내란 청산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현재) 세계적인 위협 중 하나는 극우의 주류화”라며 “배타적 민족주의인 다른 나라 극우와 달리 우리나라 극우는 반민족주의다. 자국 이익에 반하는 일을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순히 드러나는 내란 세력을 청산하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어떻게 해야 될 것인가 고민해야 될 때”라고 분석했다.
시민단체 대표단은 소수자의 목소리도 대변했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는 “비상계엄 1년인 지금 빛의 광장을 지키고 만들었던 주체인 여성과 소수자가 지워지고 있다는 데 굉장히 분노하고 있다”며 “1년의 의미를 다시 새기는 과정에서 그때의 그 목소리, 얼굴들, 그들의 요구를 반드시 기억하고 실현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장은 “나라가 위태로울 때 가장 힘든 사람들이 농민이다. 광장에 나왔던 농민들의 요구가 반영되는 농정 개혁을 기대한다”고 요청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제도권 정치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시민들이 민주주의의 힘으로 이끌어준 데 대해 감사드린다”며 “광장에서 약속했듯 내란의 완전한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위해 민주당도 시민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시민사회 지도자들의 조언을 역사와 민족 앞에 부끄럽지 않게 받아들이고, 민주주의가 한층 더 진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