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을 ‘영업익 1조 수출 공룡’으로…‘용장’ 이용배 거취 가를 변수는

현대로템을 ‘영업익 1조 수출 공룡’으로…‘용장’ 이용배 거취 가를 변수는

기사승인 2025-12-04 11:00:04
지난 8월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열린 K2 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서 이용배 현대로템 사장(왼쪽)과 아르투르 쿱텔 폴란드 군비청장이 이행계약서에 서명 후 악수하고 있다. 현대로템 제공.

현대차그룹의 연말 정기 임원 인사가 임박한 가운데, 현대로템 이용배 대표의 거취에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창사 이래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 가입이 확실시될 만큼 역대급 실적을 올렸지만, 화려한 성적표 뒤에 짙게 드리운 ‘정치적 리스크’가 연임에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이용배 사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2019년 말 취임한 이후 약 6년 동안 회사를 이끌어 왔으며, 현대로템 CEO 중 유일하게 3년 임기를 넘어 연임한 인물이다.

이 대표의 연임 가능성을 가장 강하게 지지하는 요소는 단연 실적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3분기 매출 1조6196억원, 영업이익 2778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만 이미 8338억원에 달해, 전년 동기 대비 235% 급증했다. 4분기 실적을 합산할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매출의 약 56%를 차지하는 디펜스솔루션(방산) 부문 폴란드행 K2 전차 인도를 통해 이익률을 견인했고, 만년 적자였던 레일솔루션(철도) 부문 역시 흑자 기조를 안착시키며 ‘쌍끌이 성장’을 완성했다. 이는 ‘재무통’으로 불리는 이 대표의 수익성 중심 선별 수주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무지표 개선도 눈에 띈다. 이 대표 취임 전 200%를 넘나들며 부담으로 작용했던 부채비율은 올 3분기 기준 128%까지 떨어졌다. 이는 통상적인 제조업 적정 부채비율(100~150%) 내에서도 안정적인 수준이다.

또 하나 주목되는 부분은 사실상의 ‘무차입 경영’ 달성이다. 폴란드 K2 전차 수출 선수금 등이 유입되면서 보유 현금이 빚보다 많은 ‘순현금(Net Cash)’ 상태로 완전히 전환됐다.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로템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약 6735억원으로, 총차입금 619억원을 10배 이상 상회한다. 곳간이 두둑해지며 미래 투자를 위한 체력도 확보했다는 평가다. 

압도적인 성과에도 불구하고, 과거 담합 이력과 최근 불거진 정치적 논란은 연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22년 7월 현대로템 등 3개사가 약 2조4000억원 규모의 철도차량 입찰에서 담합을 했다며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로템이 ‘리니언시(Leniency)’를 활용해 과징금 323억원 전액을 면제받은 점이 문제가 됐다. 리니언시는 담합행위를 한 기업이 자진신고를 할 경우 처벌을 감면 또는 면제해주는 제도이다. 이에 함께 담합한 중견기업들이 막대한 과징금으로 경영난에 처한 것과 달리, 대기업인 현대로템만 ‘면죄부’를 받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0월 국감에서 “가장 큰 이익을 본 업체가 100% 면제받는 것은 제도의 왜곡”라고 비판했다. 이는 정의선 회장이 강조해 온 ESG 경영 기조와 배치된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창원 국가산단 선정 및 방산 수출 과정에서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는 의혹으로 이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고, 현대로템이 2023년 KTX·SRT 경쟁 입찰 전에 명태균 씨에게 관련 문건을 전달했다는 정황도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등 악재도 겹쳤다. 

이 같은 도덕성·정치적 논란은 일부에서 제기되는 ‘수사 및 감사 불가피론’과 맞물려 현대로템을 넘어 현대차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호실적에 취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할 경우, 그룹 신인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에 그룹 차원의 선제적인 인적 쇄신 가능성도 흘러나온다. 

현대차그룹 내 가속화되는 세대교체 흐름도 부담 요인이다. 1961년생인 이 대표는 현재 그룹 계열사 CEO 중 최고령급에 속한다. 최근 그룹이 50대 젊은 리더를 전면 배치하는 만큼, 자연스러운 ‘용퇴’의 명분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폴란드 2차 이행 계약, 루마니아 수출 등 굵직한 대외 협상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당장의 수장 교체는 득보다 실이 클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이 사장이 현대로템의 체질을 바꾸고 ‘퀀텀 점프’를 이뤄낸 공로는 부인할 수 없다”면서 “이번 인사가 현대차그룹 전체의 내년도 경영 기조를 보여주는 가늠자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수민 기자
breathming@kukinews.com
이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