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강북전성시대’ 도래하나…주거·경제 개발 드라이브

오세훈표 ‘강북전성시대’ 도래하나…주거·경제 개발 드라이브

S-DBC 등 강북권 대개조 첫 삽 속도…“자치구와 협력이 핵심”

기사승인 2025-12-04 11:00:09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달 24일 서울 도봉구 방학사계광장 여름마당에서 열린 ‘우이신설 연장선 도시철도 건설공사 기공식’에 참석해 공사 관계자들을 격려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서울시가 최근 강북권 정비·개발을 서두르며 연일 ‘강북전성시대’를 강조하고 있다. 강남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낙후된 강북의 주거·일자리 환경을 개선해 지역 간 격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이다. 시가 주거·경제 등 인프라 전반을 손질하면서 말 그대로 ‘강북권 대개조’를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3일 서울 노원구 창동차량기지에서 열린 ‘진접차량기지 시험 운행 개시 기념식’에 참석해 “창동·상계는 산업화 시절의 애환이 쌓인 곳이지만 동시에 혼잡한 교통과 정체된 산업, 제때 마련되지 못한 문화 인프라로 일자리·기반 시설이 늘 부족했다”며 “시는 2009년 ‘동북권 르네상스’를 시작으로 교통‧문화‧생활 인프라를 차근차근 채워왔다”고 밝혔다.

시가 지난해 발표한 ‘다시, 강북전성시대’는 동북권 르네상스를 잇는 전방위 개발 사업으로, 용산·종로·중구를 뺀 강북 11구가 대상지다. 특히 노후 저층 주거지가 밀집된 이른바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을 중심으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재건축·재개발과 기업 유치를 통해 기존 ‘베드타운’에 머물러 있던 강북을 일자리 경제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취지다.

오 시장은 이날도 기념사를 통해 “강북이 도약하고 강남‧북이 나란히 성장해야 서울의 경쟁력이 한 단계 더 올라갈 수 있으며, 균형이 잡힌 도시만이 위기를 이기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며 “강북을 주거 기능에 치우친 ‘소비도시’를 넘어 스스로 경제력을 키우는 ‘산업도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강북전성시대 강조 행보는 10·15 부동산 대책 시행에 따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이후 더 가속화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10월 노원구 상계5 재정비촉진구역 현장을 찾아 “강북의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단순한 부동산 문제가 아니라, 시민의 삶의 질과 도시 균형 발전의 핵심 과제”라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중랑구 중화동 모아타운 현장을 방문해 사업 추진 현황을 점검했다. 당시 오 시장은 “강북 지역 주택 공급이 속도감 있게 추진되도록 현장 중심의 소통을 강화하고 체계적인 제도적 지원으로 ‘다시, 강북전성시대’를 열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첫 삽을 뜬 노원구 백사마을 재개발에 대해서도 “백사마을은 새로운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서울 동북권의 미래를 다시 그리는 강북 대개조 프로젝트의 중요한 축”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서울 노원구 창동차량기지에서 열린 ‘진접차량기지 시험 운행 개시 기념식’ 참석에 앞서 주요 시설물 현황을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아울러 시는 강북권 일자리 공급 방안을 함께 마련하고 있다. 3일 오 시장이 찾은 창동차량기지는 강북전성시대의 핵심 사업인 ‘서울디지털바이오시티(S-DBC)’로 새롭게 조성될 방침이다. 내년 하반기 구역 지정과 오는 2028년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일자리·문화·상업·여가가 복합된 서울형 신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시는 S-DBC를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과 융합된 디지털 바이오 연구개발(R&D) 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S-DBC를 동대문구 홍릉 서울바이오허브의 원천기술, 수도권 동북부의 지식형 제조 시설과 연계해 ‘메가 바이오 벨트‘로 구축하겠다”며 “이를 통해 강북권에 고급 일자리와 미래산업을 동시에 불어넣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이같은 행보에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교적 다수의 더불어민주당 소속 구청장들이 자리한 강북권 표심을 공략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진정한 강북전성시대를 위해서는 각 자치구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울 강북권의 한 자치구청장은 “강북전성시대를 (서울시) 혼자서만 이끌 수는 없다”며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고, 그 이야기를 전달하는 게 구청”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에서 교통영향평가 등을 진행해 결과를 전달하면, 시에서 갑자기 (변경 등과 관련해) 전화를 하는 경우도 있다”며 “합의점을 찾기 위한 꾸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서울시장 홈페이지에 게시된 영상을 통해 “서울시는 늘 강남·북 균형 발전을 목표로 강북전성시대에 힘을 실어 왔다”며 “S-DBC를 비롯해 강북 지역의 경제 활력을 다시 만들어내는 투자와 관련, 많은 고민과 정책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