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파고든 법률 시장…미래 법조 생태계 한 눈에 [르포]

AI가 파고든 법률 시장…미래 법조 생태계 한 눈에 [르포]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 aT센터서 개막
로펌 채용 상담·현장 강연·무료 법률 서비스 등 총망라

기사승인 2025-12-04 06:00:09 업데이트 2025-12-04 10:18:50
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에서 참석자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김한나 기자 

3일 오후 방문한 서울 양재동 aT센터. 이날 개막한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LES 2025)’ 현장에는 법조인을 비롯해 기업 실무자, 다양한 법률 종사자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었다. 법률신문이 인하우스카운슬포럼(IHCF), 메쎄이상과 공동 주최한 이번 박람회는 국내 유일의 법률 산업 박람회로, ‘7조 시장에서 70조 산업으로’를 주제로 5일까지 열린다.

행사장은 △로펌 △법률 DX(디지털 전환) △리걸·컴플라이언스 테크 △브랜딩 지원 △공공기관 등 다섯 분야로 구성됐다. 김·장 법률사무소를 포함한 대형 로펌과 리걸테크 기업, 인테리어·출판·브랜딩·사무가구 업체, 법무법인 기념품 업체 등 약 50여개 기업의 부스가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다양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박람회를 찾았다는 대기업 사내 변호사 이모씨(여·30대)는 “매년 AI가 발전해 나가는 경과를 볼 수 있어 흥미로워 계속 참석하고 있다”면서 “예전엔 판례를 하나하나 검색해야 했지만, 이제는 AI가 하급심 판례까지 찾아줘 큰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틀리는 경우도 존재해 변호사의 역할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AI만 믿어선 안되고 결국은 사람이 해야 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법률 관련 직종에 종사한다는 박모씨(남·40대)도 “업무와 연관성이 있어 법조 산업과 AI 트렌드에 대해 공부하고자 오게 됐다”며 “둘러보는 중인데 법률 상담도 받아보려 생각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행사장 곳곳에선 로펌 채용 상담부터 미국 변호사 단기 합격 컨설팅, 로펌 운영 솔루션 체험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됐다. 

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가 열렸다. 사진은 네플라 부스. 김한나 기자

그 중에서도 방문객들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은 리걸테크 부스였다. 네플라는 변호사와 의뢰인을 위한 법률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서면 작성 효율을 높이는 ‘리걸 독스 와이즈(LegalDocs Wise)’ 솔루션을 선보였다. 서면 작성 과정에서 번거로운 증거 번호 일괄 부여 및 수정, 증거 목록 생성 등의 업무를 자동화해 주는 것이 특징이다.

부스에서 만난 최주선 네플라 대표(변호사)는 “서면에 증거 번호를 붙이는 작업은 변호사들에게 정말 골칫거리”라며 “증거가 100개일 때 중간에 하나가 추가되면 그 뒤 번호를 전부 다시 매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I가 고급 업무에는 적극적이지만 정작 이런 단순하고 반복적인 필수 작업은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며 “변호사의 본업은 논리를 세우고 문장을 쓰는 일인데, 여전히 이런 단순 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고 있다는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AI 활용 방식이 달라진 솔루션도 눈길을 끌었다. AI 인프라 없이도 독립적으로 운영 가능한 고성능 언어 모델 서버를 개발한 스칼라웍스는 새로운 개인형 AI 워크스테이션 ‘스칼렛(Scarllet)’을 소개했다. 클라우드에 의존하지 않고 PC 내부에서 고성능 모델을 구동해 사용자 데이터 프라이버시를 지키는 것이 강점이라는 설명이다.

스칼라웍스 관계자는 AI의 답변 근거를 마인드맵 형태로 시각화하는 기능을 시연하면서 “AI가 어떤 논리로 결론을 냈는지 단계별로 보여주고, 문장별로 근거 문서를 하이라이트로 확인할 수 있어 오류를 최소화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감한 개인정보가 많은 법률 문서를 외부 서버에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폐쇄망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3일 서울 서초구 aT센터에서 ‘2025 대한민국 법률 산업 박람회’가 열리고 있다. 김한나 기자 

글로벌 리걸테크 기업 렉시스 넥시스도 ‘Lexis+ AI 프로테제’를 통해 에이전틱 AI 기반의 실무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렉시스 관계자는 “오픈 AI와의 협업을 통해 최신 모델을 법률 워크플로우에 최적화해 제공한다”며 “법률 분야 특유의 고위험 업무에 맞게 설계됐고,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보안 환경에서 작동한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법률시장의 현주소와 산업화 방향, 청년 변호사의 해외진출 전략 등을 다루는 현장 강연도 진행됐다. 무료 법률 상담 부스에서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한 1대1 법률상담과 현장에서의 소송금융 지원 이벤트를 열어 관심을 끌었다. 30대 직장인 A씨는 “평소 법률 상담을 받기 어렵고 부담스러웠는데, 여기서는 편하게 질문할 수 있어 좋았다”며 “실무 변호사에게 직접 조언을 들으니 막연했던 문제를 정리할 수 있었다”고 만족감을 보였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