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 논란’ 속 오세훈 현장 행보…“보존·개발 조화 가능” 직접 해명

‘종묘 논란’ 속 오세훈 현장 행보…“보존·개발 조화 가능” 직접 해명

4일 세운상가서 주민·상인 목소리 직접 청취

기사승인 2025-12-04 21:11:07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노유지 기자

최근 종묘 앞 재개발을 둘러싸고 정치권 공방이 벌어진 가운데 오세훈 서울시장이 직접 세운상가를 방문하며 대응에 나섰다. 주민 삶의 질과 안전 문제를 강조해 “더는 방치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각종 우려에 대해서도 직접 해명하며 본격적인 방어전에 나선 모습이다.

오 시장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를 찾아 노후 건축물이 밀집한 세운지구 일대를 둘러봤다. 이어진 간담회에는 지역 주민 100여 명이 참석해 개발 사업과 관련한 애로 사항을 토로했다. 오 시장은 질의응답에 앞서 “이곳을 서울시의 계획대로 발전시키면 (종묘가) 세계유산에서 취소가 될 것처럼 선동하는 분들이 있다”며 “종로의 발전은 세계유산 보존과 양립할 수 있다. 그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는 게 정부 당국이 해야 할 얘기”라고 밝혔다.

주민들은 지지부진한 지역 개발 속도를 지적하며 “종로구는 다른 자치구와 다르게 개발이나 재개발이 15%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그 원인은 바로 건축·문화제 등에 얽힌 규제 때문”이라며 “지난 1970년대 인구분산정책이 시행된 이래 5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종로구는 규제에 묶여 제대로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주민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장기간 사업 지연에 따른 어려움도 제기됐다. 한 주민은 “지금 남아 있는 130여 명의 토지주들은 지난 2009년 세운상가 철거에 맞춰 세입자들을 내보내면서 월세 수입마저 끊긴 상태”라며 “당시 받았던 이주 대책비 대출금은 이자가 원금에 맞먹을 지경에 이르러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도 상권 침체와 정보 부족을 거론했다. 한 상인은 “손님들이 ‘세운상가는 이미 없어진 것 아니냐’고 묻는다”며 상권 활성화 대책 마련을 요청했다. 또 다른 상인은 “1975년부터 이곳에 들어와 있지만, 세운지구를 녹지화하는 과정에서 상인들에게 어떤 보상을 해 줄 수 있는지 제대로 된 공청회 한 번 열린 적이 없다”며 참여 확대를 요구했다.

이에 오 시장은 “정비사업이 주민 삶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더는 방치할 수 없다”며 기존 계획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일각의 세계유산영향평가 요구에 대해서는 “세운4구역은 현재 명백히 세계유산영향평가를 받아야 하는 구역 밖에 있으며, 완충구역에도 포함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한 “영향평가를 신청하는 주체는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로 주민의 동의가 있어야 비로소 청구가 가능하다”며 “주민들에게 동의할 생각이 전혀 없다면 서울시 입장에선 요청할 법적인 근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 앞에서 도심 속 녹지 공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유지 기자

오 시장은 “정부·서울시·주민협의체·전문가가 참여하는 4자 협의체 구성을 공식 제안했지만, 국가유산청은 아직 회신을 주지 않았다”며 “협의체가 만들어져 주민들의 염원이 종로 일대 발전 방안에 반영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주민들의 의견을 들으며 기존에 순차적으로 계획했던 것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해도 동력이 생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며 “재원의 문제가 있어 모든 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수는 없지만 최대한 속도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오 시장은 이날 오후 4박6일 일정으로 베트남·말레이시아를 방문한다. K-컬처 확산에 맞춰 서울 도시브랜드를 강화하고 양국 수도와의 협력 기반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하노이에서는 ‘서울-하노이 도시정책 공유 포럼’ 참석과 진출 기업 간담회, ‘서울 뷰티 홍보·체험관’ 방문 등이 예정돼 있다. 이어 말레이시아에선 수변 관광지인 ‘리버 오브 라이프’ 현장 시찰, 서울 관광 홍보 행사 ‘서울마이소울 인 쿠알라룸푸르’ 참석, 서울경제진흥원(SBA)-틱톡 동남아(SEA) 간 협약식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한 뒤 오는 8일 귀국한다.

노유지 기자
youjiroh@kukinews.com
노유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