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는 왜 ‘비보험 이벤트’에 열을 올릴까

보험사는 왜 ‘비보험 이벤트’에 열을 올릴까

기사승인 2025-12-06 06:00:08
쿠키뉴스 자료사진

보험사들이 젊은 층의 일상에 밀착하기 위한 ‘비보험’ 마케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전통적 보험 판매와는 거리가 있는 이색 이벤트를 앞세워 기존의 ‘딱딱한 보험사’ 이미지를 벗고 젊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손해보험이 지난 9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사옥에서 진행한 미혼남녀 교류 행사 ‘설렘, 북 나잇’에는 3568명이 몰렸다. 모집 정원은 100명이었지만 여성만 2588명(73%)이 지원할 만큼 열기가 뜨거웠다. 청년층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이 행사는 도서관 분위기 속에서 취향과 관심사를 나누며 소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 2월에도 동일 행사에 2365명이 몰려 높은 관심을 입증했다. 한화손보는 이 밖에도 ‘워터밤’, ‘하트 페어링’ 등 보험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프로그램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하며 이색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화재는 인천국제공항 내 출국객을 위한 ‘포토 키오스크’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제1터미널 25·29번, 제2터미널 250·251번 게이트 인근에 한 대씩 배치해 여행객 누구나 무료로 사진을 찍고 휴대전화로 저장할 수 있도록 했다. 젊은 층이 선호하는 사진 콘텐츠를 활용함과 동시에 공항이라는 대규모 유동 인구 공간을 통해 브랜드 호감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생명보험사들도 문화 콘텐츠를 활용해 고객 접점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KB라이프는 지난 9월 고객의 심리적 안정을 돕기 위한 ‘나만의 힐링 사운드’ 서비스를 내놨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얼굴을 인식하면 AI가 기분과 스트레스 지수를 분석해 상황에 맞는 음악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추천 플레이리스트는 스트레스 완화, 수면 유도, 집중력 향상 등 목적별로 약 20곡으로 구성돼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첫 전시에 이어 최근 ‘라이프놀로지 랩: 의식주 연구소’ 팝업 전시회를 다시 열었다. 산학협력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이번 전시에는 의류디자인학과, 식품영양학과, 건축학과 등 다양한 전공의 학생과 교수진이 참여해 △청년기 확장에 따른 새로운 의(衣) 디자인 △저속노화·웰니스를 반영한 미래형 식(食) 경험 △다가올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주(住) 콘셉트 등을 선보였다.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시제품으로 구현해 전시한 점도 특징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고객 삶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활동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보험은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어야 필요성을 체감하는 상품’이다 보니, 젊은 세대에게는 여전히 먼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자동차보험이나 실손보험처럼 전 국민적 필수보험은 그나마 익숙하지만, 종신보험 등 생명보험 상품은 “어떻게 팔아야 할지 고민된다”는 말이 나올 만큼 관심도가 낮다.

20대 직장인 김모 씨는 “친구들과 얘기할 때 보험 이야기가 나온 적은 거의 없다”며 “큰 병에 걸릴 것 같지 않은데 나중에 돌려받는 저축성 보험이 아닌, 그냥 돈만 내고 사라지는 보험은 손해 보는 느낌이 들어 쉽게 가입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테크 수단으로서도 보험은 젊은 세대에게 여전히 친숙하지 않은 분위기다. 해외 대학원에 재학 중인 또 다른 20대 김모 씨는 “달러 자산에 관심이 많던 차에 지인 설계사의 권유로 일단 가입했지만 생활비가 빠듯해 해지를 고민하고 있다”며 “수입이 생기고 주식이나 ETF 등 다른 투자 옵션을 더 알게 되면 갈아타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겉으로 보기엔 보험사가 ‘딴짓’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런 활동은 젊은 세대의 관심사에 함께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데이터 축적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보험사가 일상 속 브랜드로 인식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보험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도록 하려는 시도”라고 덧붙였다.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