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다 죽는다”…복제약 약가 인하에 제약사들 ‘곡소리’

“이러다 다 죽는다”…복제약 약가 인하에 제약사들 ‘곡소리’

정부, 복제약 약가 53.55%→40%대로 인하 추진
신약 개발 투자 비율 따라 약가 가산율 차등 적용 
“중소제약사 영향 클 것…사업계획 재검토” 

기사승인 2025-12-09 06:00:11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정부가 복제약(제네릭) 약가를 낮추는 약가 제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복제약 비중이 높은 중소제약사들은 매출에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약가제도 개선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복제약과 특허 만료 의약품의 약가를 오리지널 약 대비 현재 53.55%에서 40%대까지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르면 내년 7월 복제약 약가 인하가 본격 시행될 전망이다. 2012년 이후 약가 조정이 없었던 약제 우선 추진하고, 안정적 수급이 필요한 약제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할 예정이다.

복제약 약가 조정은 2012년 이후 13년만이다. 정부가 복제약 약가 제도를 수술대에 올린 건 제약업계의 체질 개선을 위해서다. 현재 대부분의 국내 제약사들은 신약 개발보다 복제약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수조원의 비용과 평균 10년이 넘는 시간을 쏟아야 하는데, 복제약은 비교적 투자 부담이 적고, 개발이 쉬운 데다 가격도 보장돼 있다. 대부분 국내 제약사들이 복제약에 의존하는 탓에, 제네릭이 국내 급여의약품의 약 90%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4 급여의약품 청구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급여의약품 등재 품목 2만1962개 가운데 단독 성분으로 등재된 오리지널 의약품은 2474개(11.3%)에 불과하다. 

연구개발이나 자체 생산라인 없이 약만 생산하는 업체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완제의약품 기준 생산액 10억원 미만 소형 업체 비중은 31.3%에 달한다. 정부는 그간 저품질 복제약이 난립하면서 리베이트 등 비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불필요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늘어나며 건강보험 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이에 약가 제도를 개편해 신약 개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현행 약가제도는 복제약 최초 등재 시 특허만료 전 오리지널 의약품의 59.5%까지 약가를 받는 가산이 부여되고, 1년 후에는 53.55%로 내려간다. 이를 개선해 최초 등재 시 일률적 가산은 폐지하고, 혁신성과 수급 안정에 기여한 제약사에 대한 우대는 강화한다. 

신약 개발을 위해 적극 투자한 기업을 대상으로는 적극 보상하기로 했다. 연구개발 투자 수준에 따라 가산율을 차등 적용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간 혁신형 제약기업은 일괄적으로 68% 가산을 적용 받았다. 이를 개선해 앞으로는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 비율이 상위 30%에 해당하는 기업은 68%의 가산을 적용하고, 하위 70% 제약사의 경우 가산율이 60%로 떨어진다. 또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 2상 승인 실적이 있는 제약사는 55%의 가산율을 적용한다. 

그러나 복제약 약가 제도를 개편하면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역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복제약은 그간 국내 제약사의 안정적 수익원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복제약 판매를 통해 발생한 이윤을 연구개발에 재투자하는 구조로 운영하고 있다.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2년 제네릭 약가를 일괄 인하한 이후 관련 제약사의 매출은 26~51.2%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복제약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가지고 있던 중소제약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제약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중소제약사들은 복제약 매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다. 복제약 약가가 10%가량 인하된다면, 똑같이 일해도 매출이 10% 가량 깎이는 상황”이라며 “‘중소제약사는 다 죽으라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업계와 충분히 논의해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인하가 미칠 영향을 살펴보며, 사업계획안을 재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복제약 위주의 산업을 재편하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필요한 정책”이라면서도 “연착륙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책 우대나 보상이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