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음악 기능을 제외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를 국내에 출시하기로 하면서, 정체돼 있던 국내 음원 시장이 다시 요동칠 조짐이다. 그동안 유튜브 뮤직이 사실상 1위 체제를 굳혀온 가운데, 네이버·카카오가 잇달아 내놓은 ‘동맹 전략’이 라이트 출시 이후 어느 정도 힘을 받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 프리미엄의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관행을 문제 삼자, 구글은 광고 제거·백그라운드 재생 등 영상 기능만 제공하는 ‘라이트’ 요금제를 별도로 내놓기로 했다.
공정위는 심사보고서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결제 시 이용자가 의도치 않게 음원 서비스(유튜브 뮤직)를 함께 쓰도록 강제하는 구조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시장 내 다른 사업자의 활동을 부당하게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또 “유튜브 영상만 이용하려는 소비자를 위한 선택지를 마련해 거래 구조를 개선한다”는 점을 동의의결 인용 사유로 제시했다.
구글의 라이트 출시로 국내 이용자는 △영상만(라이트) △음악만(유튜브뮤직 단독) △영상+음악(프리미엄)중 선택할 수 있게 됐다. 라이트 요금은 월 8500원으로 기존 프리미엄(1만4900원)보다 40% 이상 저렴하다.
이 틈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네이버와 카카오는 연이어 파트너십 전략을 꺼냈다. 네이버는 지난달 28일 글로벌 1위 음원플랫폼 스포티파이와 손잡고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월 4900원)에 스포티파이 유료 서비스를 포함했다.
네이버 앱에서 곡이나 앨범을 검색하면 스포티파이 플레이어로 바로 재생되며, 네이버 지도/내비게이션에서도 앱 전환 없이 음악을 들을 수 있도록 연동했다. 음원 서비스 자체를 넘어 AI·추천·커머스 등 네이버 생태계 전체를 강화하려는 전략적 결합으로 풀이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지난 4일 자사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멜론’을 SK텔레콤의 구독 서비스 'T 우주'에 합류시켰다. T우주 가입자는 월 9900원에 멜론 모바일 스트리밍을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고, 스마트 스피커·PC 등 기기 제한을 해제하려면 월 1000원을 더 내면 된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검색·지도·쇼핑에 스포티파이를 결합해 이용 시간을 네이버 안에 묶어두는 전략을, 멜론은 SKT 구독 허브에 올라타 통신·OTT 혜택과 함께 쓰이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며 “결국 경쟁은 앱이 아니라 생활 동선을 누가 점유하느냐의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음원 시장은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유튜브 뮤직 △네이버×스포티파이 △멜론×SKT의 ‘3축 경쟁’ 구도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유튜브 뮤직은 이미 약 800만명 수준으로 추정되는 월간활성이용자(MAU)를 바탕으로 독주를 이어가고, 스포티파이는 네이버 멤버십 결합과 광고 기반 무료 모델로 젊은 층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멜론은 통신 구독 생태계에 편입돼 방어선을 갖춘 모습이다.
문제는 나머지 토종 플랫폼의 입지가 더 좁아질 가능성이다. 지니·플로 등은 이미 유튜브뮤직에 MAU·신규 유입 측면에서 크게 밀린 데다, 국내 주요 음원 서비스들의 기본 스트리밍 요금은 멜론 7900원, 지니 8400원, 플로 7900원 선으로, 유튜브 프리미엄 라이트(8500원)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가격 차이가 크지 않아 단순 가격 경쟁만으로 이용자 이동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제 음원 플랫폼의 승패는 더 이상 ‘곡 수’나 ‘추천 알고리즘’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며 “어떤 생태계 안에서 소비자를 붙잡을 수 있느냐, 즉 ‘락인(lock-in)’을 얼마나 강하게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시장도 유튜브 독주와 스포티파이의 확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토종 플랫폼은 '구독 파트너십' 없이는 반등이 쉽지 않은 구조”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