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가산동 쿠키뉴스 사옥에서 만난 배우 하서윤(27)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 부장 이야기’) 속 권송희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생각을 가지런히 정돈해 표현할 줄 알고 사랑하는 일에 책임감을 갖고 임하는, 그 다부진 모습이 그랬다.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유 있는 인상이었다. ACT 입사 3년 차 영업1팀 권송희 사원과 데뷔 3년 차 배우 하서윤은 공감대가 많았다. “제가 일을 시작하고 배워나가는 과정에서 느꼈던 ‘잘해야 한다’,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 같은 부담이 송희와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접점을 찾으면서 송희를 구축해 나갔어요.”
직장 생활을 해본 적은 없지만 아르바이트 경험 덕분에 이해가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연기 주안점은 ‘MZ 사원’ 타이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었다. “ACT가 어떤 회사인지, 영업직은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용어를 쓰는지 공부했어요. 그리고 MZ 이미지에 갇히는 것을 경계했어요. 송희는 일상 속 작은 부당함에서 무던해지지 않아요. 상사한테 직설적으로 말하는 용기도 있고요. 이런 ‘솔직함’을 중심으로 갖고 가려고 했어요.”
현장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특히 하서윤은 영업1팀을 함께 지켰던 ‘송 과장’ 신동원, ‘정 대리’ 정순원을 떠올리며 환한 미소를 띠었다. “현장이 즐거워서 더 촬영하고 싶었어요. 그룹 리딩을 많이 하고 단체메시지방을 파서 대화도 많이 하고 따로 만나서 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팀워크가 생기더라고요. 팀 구성원으로 연기하는 건 처음이어서 걱정도 많았는데 선배님들이 잘 다가와 주셨어요. 저도 일부러 장난을 많이 쳤는데 너그럽게 받아주셨고요. 첫째 오빠, 둘째 오빠 같은 케미스트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던 것 같아요.”
영업1팀은 하서윤이 체감한 호흡 측면에서나 시청자가 느끼는 완성도 측면에서나 베스트 팀이었다. 배우들 역시 ‘팀’에 주목했다. “다양한 인물이 나오고 각자 서사가 있으니까 튀지 않고 인물 한 명 한 명이 잘 보이도록, 그 팀에 어우러지려고 노력했어요. 선배님들과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었어요. 신마다 의견을 물어보면서 리허설을 하고,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감독님과 상의도 하고요. 개성이 살면서도 한 팀처럼 보이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이들의 상사이자 대선배, 그리고 하서윤에게는 한솥밥 식구인 류승룡과의 호흡 또한 궁금하다. “사석에서 뵐 일이 많았지만 현장에서는 ‘김 부장 이야기’로 처음 뵀는데요. 방송이 끝나고 ‘존경합니다’라고 말씀드렸을 정도로 극을 잘 이끌어 주셨어요. 저희가 편하고 즐겁게 연기할 수 있도록 분위기도 만들어주셨고요. 또 놀랐던 게 대본을 놓지 않으시더라고요. 이 길을 오래 걸어오신 선배님조차 대본을 열심히 보시는데 저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처럼 귀감이 되는 선배 류승룡이 바라본 후배 하서윤은 어땠을까. “방송 중 중요한 장면이나 제가 많이 나오는 장면에 대한 피드백을 주셨었어요. ‘이 신 좋다’, ‘훨훨 날았으면 좋겠다’ 이런 메시지를 보내셨는데 정말 기분이 좋았죠. 제 기사가 나면 링크를 보내시면서 너무 좋다고 해주셨고요. 쉽지 않은 일이잖아요. 많은 후배가 있는데 제게 이런 애정을 주신다는 게 너무 감동적이었어요.”
시청률 2.9%로 시작한 ‘김 부장 이야기’는 마지막회에서 자체 최고 성적 7.6%까지 반등했다. 하서윤의 주요 필모그래피라고 말해도 무방한 KPI(성과지표) 수치다. 주변 반응도 대단했단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연락이 많이 왔어요. 중학교 선생님께도 연락이 왔어요. 친구들은 자기 이야기 같아서 보기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공감이 된다는 말이고 큰 위로를 줄 수 있다는 게 이 드라마의 힘인 것 같아요.”
이 기세를 몰아 하서윤은 더 다채로운 작품과 캐릭터로 대중을 부지런히 만날 전망이다.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가깝고도 먼 목표예요. 그리고 사실 제가 해동검도 2단이에요(웃음). 몸 쓰는 걸 좋아해서 언젠가는 액션에 도전해 보고 싶어요. 무엇보다 한 가지 이미지에 고정되지 않고 ‘하서윤은 이런 모습도 있고 저런 모습도 있네’라고 평가되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