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길·이면도로 불법주차, 왜 못 끊나…“주차장은 여전히 부족하다”

갓길·이면도로 불법주차, 왜 못 끊나…“주차장은 여전히 부족하다”

주차난이 만든 상습 불법주차…시민 불편·안전 우려 확산
전문가 “단속만으론 한계…주차공간 확충 병행해야”

기사승인 2025-12-11 06:00:11
서울시 동대문구 용두동 한 이면도로에 주차돼 있는 차량 모습. 서지영 기자

갓길과 이면도로에 차량을 세우는 불법주차가 곳곳에서 반복되고 있다. 불법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쉽게 줄지 않는 이유로 만성적인 주차공간 부족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불법 주정차 문제는 수년째 개선되지 않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를 보면 2022년 안전신문고 신고 565만4076건 가운데 불법주정차 신고는 343만1971건(60.7%)이었다. 서울시도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9월30일 기준 교통민원 133만3565건 중 불법 주정차 민원은 108만4824건에 달했다.

시민 불편도 크다.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자영업자 A씨는 “가게 앞이 늘 차로 막혀 복잡해지고 간판도 가려진다”고 말했다. 20대 B씨는 “보행자는 차 사이로 비켜 걸어야 해 위험하고, 주차하려고 경적을 울리는 장면을 보면 스트레스가 쌓인다”고 토로했다.

안전 문제 역시 꾸준히 제기된다. 30대 최모씨는 “성인은 어느 정도 피해 다닐 수 있지만 아이들이나 반려동물은 갑작스러운 사고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면도로는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해 2015년부터 ‘생활도로구역’으로 지정돼 제한속도가 시속 30㎞로 묶여 있다.

사고 통계도 위험성을 뒷받침한다. 삼성화재 교통안전문화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3년 동안 불법주차·정차로 발생한 사고는 4700건이 넘었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16년 보고서에서 “생활도로에서 발생하는 가장자리 통행사고 비중이 일반도로보다 높다”며 구조적 위험 요인을 지적했다.

문제의 배경에는 여전히 주차공간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실이 자리한다. 50대 직장인 김모씨는 “신고가 두렵지만 주변에 주차장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도로에 댈 때가 있다”고 했다. 30대 직장인 정세훈씨도 “도심 유료주차장은 요금이 부담스럽고 공영주차장은 멀어 결국 갓길에 두게 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등록 차량보다 주차장 수가 많다는 통계가 있지만 이는 건물 내 주차장, 실제 이용이 힘든 주차면까지 포함한 수치다. 한국교통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전국 가구 과반이 아파트에 거주하지만 주차공간 부족으로 지정 구역 외 주차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규제 강화만으로는 반복되는 불법주차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단속 강화가 억제 효과를 낼 수 있다”며 “일본처럼 주차장이 있어야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차고지 증명제)를 참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핵심은 주차공간 부족”이라며 “공영주차장 확충이나 폐가·폐교 부지를 활용한 주차타워 등 실효성 있는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기자
surge@kukinews.com
서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