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상 설립·운영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 이른바 ‘닥터나우 방지법’이 과잉규제 논란에 휩싸이며 본회의 안건으로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닥터나우 방지법’은 비대면진료 플랫폼 사업자가 의약품 도매상 설립이나 도매업 허가를 받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이 의약품 유통에 직접 관여하지 못하도록 해 특정 약국에 처방전이 몰리는 구조를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법안은 비대면진료 법제화 과정에서 대표적인 플랫폼 규제안으로 부상하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상태였다. 그러나 최종 의결을 앞두고 ‘닥터나우 방지법’이 비대면진료 성장을 막는 과도한 규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의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국회 스타트업 지원·연구모임 소속인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SNS를 통해 ‘닥터나우 방지법’이 ‘제2의 타다금지법’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법안 처리를 반대했다. 플랫폼의 도매상 운영을 사후적으로 금지하는 방식이 혁신을 제약한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타다금지법이 비판받은 이유는 사업 모델이 법률을 위반하지 않았는데 이를 사후적으로 금지하는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라며 “최근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도매상 운영을 금지하는 약사법 개정안도 현행법상 허용되는 사업을 뒤늦게 막으려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행법상 문제가 없고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사업이라면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고 싶다”며 “‘닥터나우 방지법’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업계 의견 반영이 충분하지 않았던 만큼, 지금이라도 조정 가능성을 고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후 국민의힘 김소희·최보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소영·전용기 의원도 법안 비판에 동참하며 힘을 보탰다.
닥터나우는 지난 9일 입장문을 통해 “합법적으로 의약품 도매업을 겸업해 온 이유는 비대면진료 후 환자가 거주지 인근에서 어떤 약국이 처방약 재고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매상 운영을 기반으로 ‘약국 찾기 서비스’를 도입했고, 그 결과 이용자의 의약품 수령율이 84%까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또 “처방은 의사, 조제는 약사, 약국 선택은 환자의 권한이라는 점을 일관되게 존중해 왔다”며 “논의의 장이 마련된다면 우려 해소를 위한 서비스 개편과 함께 규제 당국과의 협력을 통해 투명한 비대면진료 환경을 만들겠다”고 전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상업화를 막기 위해 ‘닥터나우 방지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플랫폼이 품질 관리 등 도매 기능까지 수행하면 환자안전이 약화할 우려가 있고, 특정 약국·의약품 연계를 통한 환자 유인 구조는 의료상업화를 심화시켜 선택권 침해와 불필요한 약물 사용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이러한 구조는 제도 신뢰성을 떨어뜨리고 입법 과정에서 장애 요인이 된다”고 밝혔다.
또 “일부 산업계는 법안이 환자 편의를 저해한다고 주장하지만, 의약품 전달이 플랫폼의 수익 기반이 되는 구조는 환자안전과 의료공공성을 위협할 가능성이 크다”며 “‘닥터나우 방지법’의 본회의 통과는 상업적 리스크를 제거하고 의료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닥터나우 방지법’을 둘러싼 찬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의약품을 공급할 방안을 마련해야 논쟁이 정리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지역에서 약국을 운영 중인 한 약사는 “닥터나우 방지법 논쟁은 결국 비대면진료 환자에게 누가 어떻게 약을 전달할지에 대한 문제”라며 “환자단체는 국가가 이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보고, 플랫폼 업체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논쟁이 마무리되려면 보건복지부와 유관 부처가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