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쯤 영화를 촬영했고 시리즈화한다는 이야기를 몇 년 전부터 들었어요. 막연히 내가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제안해주셨고요.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컸죠.”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디즈니플러스 시리즈 ‘조각도시’까지, 세계관 확장의 축을 이룬 배우 지창욱(38)을 1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조각도시’는 평범한 삶을 살던 태중이 억울하게 흉악 범죄에 휘말려 감옥에 가고, 이를 요한이 계획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복수를 실행하는 이야기다. 지난 11월5일 공개됐다. 7~8화 오픈 직후 디즈니플러스 톱10 TV쇼 부문 월드와이드 1위를 달성했고, 종영까지 약 4주간 톱10에 오른 흥행작이다.
‘조각도시’는 ‘조작된 도시’ 리메이크작으로 화제를 모았지만, 그 이상이었다. 로그라인은 같지만 캐릭터와 서사 상당 부분 수정됐고, 메시지와 장르적 재미는 몸집을 한껏 키웠다. 두 작품의 주인공을 모두 연기한 지창욱은 “같은 세계관이지만 다른 작품이 나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창욱에게는 “숙제” 같은 작품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밑바닥까지 가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시청자가 이입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단다. 미션을 완수한 그는 연출, 분장, 조명, 음악 등 여러 도움을 받았다며 거듭 공을 다른 이들에게 돌렸다. 너무 겸손한 것 아니냐는 애정 어린 핀잔에는 “낯간지럽고 부끄럽다”며 수줍게 웃었다.
“저 잘했죠(웃음). 많이 노력했어요. 어떻게든 만들어보겠다고 누구보다 회의도 많이 했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고 했고요. 제게 그런 집요함이 있었어요. 감정의 격차가 컸으면 했어요. 태중이 나락으로 갈수록 후반부에 힘이 실리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상투적이어도 ‘아는 맛이지만 어떻게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하며 정공법으로 밀어붙이려고 했죠. 하지만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에요.”
‘조각도시’의 장르적 쾌감에는 이견이 없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는 액션이 있다. 지창욱의 말을 빌리면 ‘만화적인 액션’이다. 특히 터널에서 펼쳐지는 오토바이 추격 신은 이러한 맥락에서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와 관련해 지창욱은 “바이크가 터널 벽을 타고 넘어가는 장면은 세트장 안에 바이크를 매달아놓고 카메라 무빙과 CG로 완성했다. 기술적으로 굉장히 신선했던 장면이었다”고 설명했다.
직접 소화한 액션 비중은 50% 정도, 난도가 높거나 직접 했을 때 효과가 나지 않는 신은 대역에게 많이 의지했단다. 지창욱은 몸짓보다 감정에 집중하는 편이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액션을 하다 보니까 훈련을 많이 받았고 익숙해지면서 감정 표현도 좋아졌다”며 “액션 신이지만 감정 신이라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몸으로 하는 감정 표현이 재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액션 휴식기’를 선언했다. 그는 “항상 ‘이번 액션이 내 인생의 마지막 액션’이라는 생각으로 임했다”며 “‘도시남녀의 사랑법’과 ‘웰컴투 삼달리’ 같은, 따뜻하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농담 반 진담 반이지만 진하게 생긴 사람 중 제가 제일 담백하다. 앞으로 휴머니즘이나 멜로를 할 기회가 충분히 많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지창욱은 매년 디즈니플러스에 출석 도장을 찍고 있다. ‘최악의 악’(2023), ‘강남 비-사이드’(2024)에 이어 ‘조각도시’를 선보였고, 내년 하반기에는 디즈니플러스 첫 한일 합작 드라마 ‘메리 베리 러브’를 공개할 계획이다. 그는 “배우가 작품을 한다는 건 누군가가 투자했다는 것”이라며 “피고용인으로서 되게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고 얘기했다.
작품을 고르는 기준은 데뷔 18년 차에도 마르지 않는 호기심과 연결돼 있다. 지창욱은 “못 봤던 내 모습을 발견하는 게 흥분된다. 누군가가 ‘굳이?’ 할 수 있는 작업도 표현해보고 싶으면 하는 편이다. 그리고 무료 봉사도 아니고 직업이다. 감사한 것”이라고 소신을 드러냈다. “지금까지 살면서 포기했던 것들이 포기하지 않았던 것보다 훨씬 많다. 포기하지 않았던 것 딱 하나가 연기인데 스스로 대견하다”며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사극, 독립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경험을 해봤고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있게 했다. 새로운 시도가 불안할 때도 있겠지만 안전한 선택은 제 성격과 맞지 않다”고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