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인간이 하는 모든 것을 학습해서 작업하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것일 수도 있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일반적인 이미지를 원한다면 써도 되겠지만, 이는 영화를 만드는 목표가 아니다. 절대 AI는 배우를 대체할 수 없다.” 영화 ‘아바타: 불과 재’를 연출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2일 오전 개최한 화상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아바타: 불과 재’는 제이크(샘 워싱턴)와 네이티리(조 샐다나)의 첫째 아들 네테이얌의 죽음 이후 슬픔에 빠진 설리 가족 앞에 바랑(우나 채플린)이 이끄는 재의 부족이 등장하며 불과 재로 뒤덮인 판도라에서 펼쳐지는 더욱 거대한 위기를 담은 이야기다.
‘아바타’(2009), ‘아바타: 물의 길’(2022)을 잇는 시리즈 세 번째 작품이다. 20년 가까이 ‘아바타’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어떤 이미지를 상상하든 높은 퀄리티로 만들 수 있는 지점에 도달했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있게 됐다”며 돌아봤다.
이번 시즌에는 재의 부족(망콴족), 바람 상인 등 새 부족과 새 크리처가 등장한다. 배우 우나 채플린, 데이빗 듈리스가 바랑 역, 페일락 역을 각각 맡아 합류했다. 이중 찰리 채플린의 손녀인 우나 채플린의 출연은 더욱 화제를 모았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망콴족과 바람 상인은 환상적이고 매력적이다. 새롭게 소개하는 바랑도 그렇다”며 “우나 채플린이 사람들을 매료시킨다는 피드백을 받고 있어서 만족하고 있다”고 전했다.
물에 이어 불을 소재로 삼은 이유에 대해서는 “이전처럼 원소의 개념이 아닌 혐오, 고통, 폭력을 내재화한 상징”이라며 “바랑은 고향이 파괴됐다. 이 트라우마에 어떻게 반응하기로 결정했는지가 중요하다. 바랑은 그 무력감을 남에게 풀기로 결정해 약탈자가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아바타: 불과 재’의 주제는 ‘가족’이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다섯 아이의 아버지가 됐고 나 역시 대가족 사이에서 자라났다. 이제 반항심을 가진 10대들의 이야기를 아버지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다. 이를 판도라에 옮겨오고 싶었다. 어디에서든 누가 보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네테이얌을 잃고 남은 가족들, 그중 둘째 아들 로아크가 충격과 슬픔을 헤쳐가는 과정을 담고 싶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도 싸우지만 내적 갈등을 함께 나타내고 싶었다”며 “이번 작품이 가장 감정적이라고들 하시는게 그게 목표했던 지점”이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앞서 “이번 영화는 분명 새로울 것”이라고 공언한 바 있다. 그는 “첫 번째 작품에서는 환상의 세계를 소개하고 싶었고, 두 번째 작품에서는 가족이 세계관 다른 곳(물)으로 옮겨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번에는 캐릭터들을 다양한 시험에 몰아붙이고 그들이 어려움, 고통 등 모든 것을 드러내고 그 안에서 완결되도록 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깊이 있는 감정에 도달해야 했고 이를 CG로 만든 캐릭터로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고 짚었다.
가장 공 들인 장면을 꼽아달라는 요청에는 “사실상 모든 장면”이라고 답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3000명이 넘는 사람이 4년 동안 3500개의 VFX 쇼트를 만들었다. 모든 쇼트가 VFX 쇼트인 셈”이라며 “눈으로 봤을 때 현실 같지만 현실이 아니다. 실사, 애니메이션 등과 다른 특성”이라며 자부심을 내비쳤다.
판타지 영화의 정수인 ‘아바타’ 시리즈는 기술 진보와 함께 전 세계 관객에게 더욱 ‘꿈 같은 현실’을 선사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줄곧 생성형 인공지능(AI)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날 관련 질문을 받은 그는 “VFX 비용은 급속도로 높아졌는데 영화관 수익은 30%나 떨어졌다. 이 상황에서 도구로 활용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면서도 “굳게 믿는 것은 절대 배우는 대체하면 안 된다는 사실”이라고 피력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에 AI는 1초도 쓰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는 “배우는 스토리텔링의 핵심적인 요소다. AI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지만 독창성도 일관성도 없다. 인간은 캐릭터를 해석하고 이해하고 직접 디자인한다”며 “‘아바타’가 그토록 실제 같을 수 있는 것은 배우들의 구체적이고 섬세한 실제 연기에 기반해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절대 AI가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아바타: 불과 재’는 17일 한국에서 전 세계 최초 개봉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