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점법안·필버’로 연말에도 정쟁…“지역구 타격·국민 피로”

‘쟁점법안·필버’로 연말에도 정쟁…“지역구 타격·국민 피로”

국회 보좌진 “지역구 민심에 치명적…지방일수록 피해 커”
시민들, 여야 대립에 피로감 호소…“물가 얼마나 오른지도 모를 것”
박상병 “한국 정치 민낯 드러나…여야, 정쟁으로 지지층에게 어필”

기사승인 2025-12-16 06:00:09 업데이트 2025-12-16 08:42:33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일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를 진행하고 있다. 유병민 기자

여야가 한 해를 정리하는 12월에도 ‘8대 쟁점법안’ 입법과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필리버스터)로 잡음을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뒤늦게 ‘봉사활동’을 위한 준비에 돌입했지만, 얼어붙은 분위기는 그대로다. 정치 전문가는 국민이 연말 정쟁으로 인해 더 큰 피로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 이 기간 처리된 법안은 △형사 사건 하급심 판결문을 공개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은행 대출금리 산정 시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와 서민금융진흥원출연금을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은행법 개정안’ △대북전단을 살포할 경우 경찰관이 조치할 수 있게 하는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이다.

그러나 아직 여야의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오는 21일부터 24일까지 내란전담특별재판부와 법왜곡죄, 필리버스터제한법 등 주요 쟁점법안이 상정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2차 필리버스터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2차 필리버스터가 크리스마스 전까지 진행되면 여야 의원들은 모두 지역구 관리에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 올해 연말은 6·3 지방선거를 대비해야 하는 만큼 여느 해 연말과는 상황이 다르다. 그뿐만 아니라 여야 지도부는 봉사활동 등을 뒤늦게 준비하는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한 보좌진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지역구 관리가 잘된 곳은 타격이 덜하지만, 올해는 지선을 앞두고 있어 연말에 비는 게 타격일 수밖에 없다”며 “아무래도 수도권보다는 지방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의 타격이 더 크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 보좌진도 “연말에 지역구 방문이 어려워지면 민심에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수도권은 비교적 나은 편이지만, 지방은 타격이 큰 편”이라며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둔 가운데 당원연수회와 의정보고회 등을 하지 못하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가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곽규택 국민의힘 의원이 형사소송법 개정안 필리버스터에서 팻말을 사용하자 유상범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이를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연말에 싸우는 모습 ‘피곤’…“정치권 소식에 우울”


12월에 격돌하는 여야를 본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TV와 인터넷에서 연일 정치권 갈등이 나오면서 연말 분위기를 해친다는 이유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에 거주하는 31세 남성 A씨는 “요새 일부러 정치뉴스를 피하고 있다. 유튜브 숏츠 등에 뜨는 정치인 영상을 보면 한숨부터 나온다”며 “올해 재취업 준비를 하는데 좋은 소식도 없이 싸움만 하는 것 같아서 우울하다”고 전했다.

서울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27세 여성 B씨도 “어렸을 때는 사랑의 열매, 구세군 냄비 관련 얘기가 많았던 것 같다. 국회의원들도 연탄 나르기나 양로원 봉사 등을 했던 기억이 있다”며 “서로 싫어하는 건 알지만, 연말까지 정쟁을 일삼는 건 보기가 불편하다”고 말했다.

중·장년층에선 정치권의 연말 싸움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경기도 일산 서구에 거주하는 55세 남성 C씨는 “반백년을 살았지만, 언제부터 정치권이 국민을 생각했나. 자기들 좋을 대로 행동하면서 중요할 때만 국민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하는 게 우습다”며 “맨날 치고받고 싸우면서 네 편 내 편 하는 것을 보면 기대도 안 된다”고 했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43세 여성 D씨는 연말 싸움을 지적하면서 물가 문제를 짚었다. 그는 “아이를 키우다보니 뉴스를 안 볼 수가 없는데 우울한 얘기만 있다. 내란도 정리되지 않고, 정치인들이 소리만 지른다”며 “정치인들은 물가가 얼마나 비싼지도 모를 것 같다”고 질타했다.

전문가는 국회가 올해 12월에 정쟁으로 민낯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양당의 정쟁이 국민의 피로도를 극심하게 올린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한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는 부끄러운 현실이다. 필리버스터를 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 모두 짜증날 수밖에 없는 비생산적인 상황”이라며 “이런 정치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국민의 분노만 남는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여야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지지자들에게 싸우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연말 정쟁을 벌이고 있다. 국민이 현 국회에 대해 언제까지 인내할지 모른다”며 “필리버스터 제도가 잘못된 게 아니지만, 여야 정치가 실종된 상태에서는 정쟁용 도구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