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할부 넘어서라”…캐피탈 업계에 던져진 생산적 금융 과제

“자동차 할부 넘어서라”…캐피탈 업계에 던져진 생산적 금융 과제

“스테이블코인 확산돼도 카드사 역할은 유효”
“신기술금융, 역할 확대 필요”
권대영 “카드사, 사업자 대출 금리 인하 고민해야”

기사승인 2025-12-15 17:08:03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15일 캐피탈업계가 자동차 할부·리스 중심의 전통 소비금융 모델에서 벗어나 산업 설비와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역할 전환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미현 기자

캐피탈업계가 자동차 할부·리스 중심의 전통 ‘소비금융’ 모델에서 벗어나 산업 설비와 혁신기업을 지원하는 ‘생산적 금융’으로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단순한 소비 자금 공급을 넘어 산업 성장과 혁신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15일 은행회관 국제회의실에서 ‘2026 여신금융업 전망 및 재도약 방향’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14회 여신금융포럼에서 “캐피탈사 포트폴리오의 근본적인 재편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내수 부진의 영향으로 자동차 리스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스는 캐피탈사의 본업으로, 자동차 등 자산을 먼저 매입한 뒤 고객에게 빌려주고 매달 사용료를 받는 방식이다. 자동차 리스 실행액은 2023년 12조900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4년 12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3% 감소했다. 2025년에는 약 12조4000억원으로 다시 1%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자동차 할부금융도 같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캐피탈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잔액 증가율은 상반기 기준 2023년 7.1%에서 2024년 2.3%로 둔화된 데 이어, 올해에는 –0.7%를 기록해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는 자동차 중심 사업 구조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는 평가다.

서 교수는 시장 위축의 배경으로 소비 심리 위축과 자동차 소유 인식 변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 비용 부담, 장기 렌탈 시장의 급성장 등을 꼽았다.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소유’보다 ‘이용’을 선호하는 흐름이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할부·리스 모델의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익성과 건전성 부담도 커지고 있다. 조달 금리는 일부 안정됐지만 대손비용이 늘고, 연체율 상승과 부동산PF 리스크가 겹치면서 업권 전반의 신용도 전망이 악화되는 분위기다. 캐피탈사의 건전성 악화는 여전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곧 할부·매출 수수료 인상 요인으로도 작용한다.

서 교수는 돌파구로 산업 설비와 혁신 산업에 대한 자금 집중을 제시했다. 반도체·바이오·첨단 제조업 등에서는 고가 설비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캐피탈사의 역할 확대 여지가 크다는 설명이다. 그는 “친환경 산업과 혁신 산업에 자금을 집중해 국민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산적 금융의 실현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산업 기계·기구에 대한 리스 비중을 최소 20%까지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산업기계·기구 리스 실행액은 9180억원으로, 자동차 리스 규모(12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비중이 약 7%에 그친다.

디지털 전환 역시 필수 과제로 꼽혔다. 그는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트렌드 대응이 아니라 조달 비용과 고정 비용을 낮춰 기업 효율성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라며 “AI 기반 신용평가는 위험 예측 정확도를 높여 부실을 줄이고, 우량 고객을 정교하게 선별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ESG 경영 체계의 내재화 필요성도 제기했다. 그는 “여전업권은 ESG의 중요성을 인식하면서도 ABS 발행이나 소셜 펀드, 그린본드 등 제한적인 방식에 머물러 있다”며 “ESG를 마케팅이나 외부 활동에 그치지 않고 내부 의사결정과 자금 조달 프로세스 전반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도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축사에서 “캐피탈사는 자동차 등 기존 영역의 점유율 확대를 위한 영업관행을 지양하고, 새로운 산업에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향후 성장동력이 될 신산업을 발굴하고, 해당 기업들의 생산성 제고에 필요한 설비를 적극 공급하는 것이 업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

“스테이블코인 확산돼도 카드사 역할은 유효…신기술금융, 역할 확대 필요”

한편 이날 포럼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편입되더라도 카드사의 본질적인 역할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유창우 비자코리아 전무는 ‘카드업의 새로운 방향 모색:스테이블코인과 결제산업의 변화’ 라는 첫 번째 발표를 통해 “결제·정산 시스템과 가맹점 네트워크 등 기존 인프라는 결제 산업 환경이 변화하더라도 핵심 경쟁력으로 남을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기술적 강점과 카드 결제의 범용성이 결합되는 방향으로 결제 산업이 진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선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첨단기술 기반 창업경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신기술금융사의 역할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교수는 “선별(Screening), 단계투자(Staging), 거버넌스(Governance) 역량을 갖춘 신기술금융사가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투자 회수와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과제로는 △초기 창업자에 대한 과도한 연대책임 부과 제한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의 자금 공급 방식 다양화와 투자 대상 합리화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의 외부 자금 조달과 해외 투자 관련 규제 개선 등을 제안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

권대영 “‘카드사, 사업자 대출 금리 인하 고민해야’”

한편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카드사들이 사업자 대출 금리 인하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드사는 카드회원과 가맹점을 연결하는 지급·결제 인프라로서 다른 금융회사와 차별화된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다”면서 "사업자 대출에 가맹점 매출 추이·가맹점 주 카드사용 패턴 등을 활용해 대출 금리를 인하하거나 가맹점 대금지급주기를 단축하는 상생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카드업권 전반의 신뢰 회복도 주문했다. 권 부위원장은 “보이스피싱, 카드깡, 수수료 전가 등 PG 하위 가맹점의 탈법적 카드결제를 방지하고, 카드회원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보안 강화 등 신뢰회복 노력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롯데카드 해킹으로 297만명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 사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권 부위원장은 또 “여전업권은 국민의 소비 활동과 기업의 생산 활동에 가장 밀접한 금융업권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기회도 많다”며 “금융 대전환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적극 동참하고, 제도화가 예정된 스테이블코인의 지급·결제 인프라 역할을 모색하는 등 변화하는 금융 환경에 대비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ㄴ
김미현 기자
mhyunk@kukinews.com
김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