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대표도서관 왜 무너졌나…“종합적 검토 필요”

광주대표도서관 왜 무너졌나…“종합적 검토 필요”

기사승인 2025-12-17 06:00:12
광주대표도서관 신축 공사장 붕괴 사고 이틀째인 12일 광주 서구 치평동 사고 현장에 대형 크레인이 설치돼 있다. 연합뉴스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에서 구조물이 붕괴해 작업자 4명이 숨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단일 원인이 아닌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1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1일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에서 레미콘 콘크리트 타설 작업 중 공사 구조물이 붕괴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작업자 4명이 매몰됐으며 모두 사망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광주시가 옛 상무소각장 부지에 516억원을 투입해 연면적 1만128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 중인 공공도서관이다. 소각장을 문화시설로 탈바꿈하기 위해 2019년 국제 설계공모가 진행됐으며 세르비아 출신 건축가의 설계안이 최종 선정됐다. 해당 설계는 부지 전체를 가로지르며 옛 소각장까지 연결되는 ‘브릿지형 도서관’을 핵심 콘셉트로 제시했다. 내년 상반기 완공, 하반기 개관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광주대표도서관은 공사 과정에서 시공사 부도 등으로 작업이 여러 차례 중단됐다. 올해 6월 시공사 중 하나인 홍진건설의 모기업 영무토건이 기업회생 절차에 들어가며 공사가 전면 중단됐다. 이후 공동 도급사인 구일종합건설이 홍진건설의 지분을 인수해 잔여 공사를 승계하면서 지난 9월부터 공사가 재개됐다. 공정률은 약 70% 수준이다.

광주대표도서관은 일반적인 건축물과 달리 교량 구조를 응용한 독특한 형태로 설계됐다. 넓은 공간감을 확보하기 위해 동바리(임시 지지대) 설치를 최소화하는 ‘장스팬 지지 PC 거더’ 특허 공법이 적용됐다. 길이 168m에 달하는 건축물에 개방감과 공간감을 강조하기 위해 48m 스팬 구조 3개가 연속으로 배치됐다. 토목 구조물을 건축물 설계에 적용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이러한 독특한 공법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가 나온다. 해당 공법은 철강 기둥 간격이 48m에 달하는 구조물을 3개 연속 연결하는 방식이다. ‘특허 공법’이라는 이유로 보조 지지대를 설치하지 않았다. 붕괴는 이처럼 길게 이어진 구조물 중간 구간에서 발생했다.

‘적합부 시공 불량’ 가능성도 거론된다. 기둥과 보를 연결하는 접합부가 옥상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파괴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붕괴된 접합부 단면이 비교적 깔끔하게 절단된 형태를 보인 점을 근거로 용접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콘크리트 타설량 증가 또한 주요 쟁점이다. 콘크리트 타설량 증가로 구조물에 가해진 하중이 커지면서 붕괴로 이어졌을 거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공사를 관리하던 건설사업관리단은 “지상 1층과 2층 및 옥상층 데크플레이트 시공을 위해 골 부문과 외단부 콘크리트 수량 반영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실정보고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콘크리트 타설량이 약 35% 늘어나는 설계 변경이 이뤄졌다. 다만 현장 관계자는 “당초 수량 산출 과정에서 반영됐어야 할 물량이 누락돼 이를 바로잡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광주대표도서관 공사현장 붕괴사고에 대해 건설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를 구성해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사조위는 사고와 이해관계가 없는 산·학·연 중심의 외부 전문가 12명으로 구성되며 운영 기간은 16일부터 4개월 간 이어진다. 조사 진행 상황에 따라 기간은 연장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붕괴사고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창식 한양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콘크리트 타설량도 중요하지만, 그에 따른 시공 과정 역시 핵심”이라며 “늘어난 콘크리트를 잘 관리 했는지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48m 스팬이 긴 편인 것은 사실이지만, 다리나 교량 등을 건설할 때는 지지대 없이 타설하는 사례가 있다”며 “특정 요인 하나만으로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을 진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전재열 단국대 건축공학과 명예교수는 “콘크리트는 빠른 속도로 붓기 때문에 순간적인 압력이 커질 수 있다”며 “이로 인해 구조물이 예상보다 큰 힘을 받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이유림 기자
reason@kukinews.com
이유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