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인의 삶을 바꾼 코로나19 팬데믹은 한국 방역 시스템의 강점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감염병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감염 정보와 의료 이용 정보가 분산 관리되면서 상황 판단과 대응에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질병관리청은 데이터 기반 방역체계 도입에 나섰고, 2024년 6월 감염병 대응 전 주기의 데이터를 통합·분석하는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통했다.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에는 질병청이 방역통합정보시스템을 통해 수집한 감염병 신고·보고·역학조사 데이터가 모두 모인다. 질병청은 이를 바탕으로 감염병 통계를 자동 산출하고, 사용자 맞춤형 분석을 수행하는 한편, 가명처리된 연구용 데이터를 민간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이 등장한 이후 방역 현장에서는 업무 효율성이 크게 개선됐다. 과거에는 기관별로 분산된 자료를 취합해 감염병 통계를 산출해야 했지만, 플랫폼 개통 이후 질병관리청과 질병대응센터, 시·도 감염병 담당부서, 보건소, 보건환경연구원 등이 동일한 시스템 안에서 통계 산출과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됐다. 이로 인해 실무자들의 감염병 발생 동향 파악 및 보고서 작성 시간이 단축됐다.
맞춤형 분석 기능도 강화됐다. BI(Business Intelligence) 기반 분석 도구를 도입해 사용자별로 필요한 지표와 집단을 조합한 분석이 가능해졌고, 역학조사 데이터와 연계한 심층 분석도 이뤄지고 있다. 현재 질병관리청과 지자체, 보건소 등 방역업무 담당자 약 4000명이 플랫폼을 통해 감염병 통계 분석과 시각화 기능을 연구에 이용하고 있다. 맞춤형 분석 계정을 부여받은 일부 연구자들은 더 정밀한 데이터 분석을 수행하는 작업에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가명처리된 감염병 데이터를 민간 연구자와 유관 기관에 제공하는 일도 본격화됐다.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데이터 외부 개방은 2024년부터 시작됐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국립암센터, 감염병관리지원단, 연구기관 등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질병청은 데이터 외부 개방을 통해 공공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고, 연구 성과가 다시 정책으로 환류되는 구조를 구축했다.
김성순 질병관리청 역학데이터분석담당관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데이터가 흩어져 있어 현장 판단이 늦어진다는 점이 문제라고 느꼈다”며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현장 판단 속도를 높이고자 했다”고 말했다.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 외에도 코로나19 빅데이터(K-COV-N(KDCA COVID-19–NHIS cohort))를 운영중인데, 이 K-COV-N은 질병관리청이 보유한 코로나19 확진자-예방접종 정보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료이용, 인구사회학적 정보 등을 연계해 구축한 전국 단위 감염병 빅데이터 시스템이다.
김 담당관은 “K-COV-N은 질병관리청의 코로나19 확진자 및 예방접종 자료와 건보공단의 전 국민 건강정보를 결합하여 구축된 융합 코호트형 빅데이터”라며 “건보공단 빅데이터 개방 플랫폼을 통해 민간에 공개되어 수백 건의 맞춤형 연구데이터 제공과 다수의 국제 학술지 논문 발표 등 실질적인 감염병 대응 연구 활성화를 이끌어내고 있으며 방역 정책에도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COV-N을 연구에 활용한 연동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디지털헬스학교실 교수는 “K-COV-N을 활용해 코로나19의 후유증으로 알려진 롱 코비드의 위험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며 “시스템에 있는 코로나19 감염 기록, 백신 접종 내역, 그리고 건강보험공단의 건강정보를 토대로 감염병 감염 후 다른 질환 발생 위험을 평가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감염병 빅데이터 플랫폼 개방범위를 점차 확대하면서, 그 외에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암센터 등 건강정보 보유기관들과의 데이터 연계범위도 넓혀갈 계획이다.
또한, 연계, 개방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데이터의 투명성 및 안정성 강화를 위해 데이터제공심의위원회 역할도 강화할 예정이다.
김 담당관은 “질병관리 인공지능 혁신 추진단을 구성해 감염병뿐만 아니라 질병청이 보유한 모든 질병데이터와 연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만성질환·예방접종·유전체 등 질병청이 가진 고부가가치 데이터의 연계를 통해,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AI 기반 선제적 질병관리 체계로 나아가고자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