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우리 사회의 핵심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세계 각국이 AI 개발과 고도화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그 흐름은 의료 현장에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기술 발전이 만들어낸 변화 속에서 병원과 정부의 대응, 그리고 의료 AI를 둘러싼 법적 책임의 쟁점을 세 편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주] |
인공지능(AI)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의료 분야가 새로운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변화의 흐름에 맞춰 대형 병원들이 개인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의료 AI 개발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닥터앤서’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이른바 ‘K-의료 AI 모델’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개발 경쟁이 진행되는 가운데 의료 AI 분야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여러 국가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의료 데이터는 접근이 어렵고 보안과 윤리 문제가 중요해 높은 수준의 의료 AI 기술을 먼저 확보하는 쪽이 시장을 주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I 개발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국립보건원(NIH) 주도의 AIM-AHEAD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2021년부터 의료 A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IM-AHEAD는 대학병원과 연구기관, 지역 의료기관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의료 AI 개발과 실증을 병행하는 국가 프로젝트다.
중국의 경우 ‘국가 정밀의료 이니셔티브’를 통해 2016년부터 10년간 약 600억 위안을 투입해 의료·유전체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고, 질병 분류와 예측을 중심으로 한 AI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일본의료연구개발기구를 2015년 설립한 이후 국가 주도 프로젝트를 전개하며 질환 단위 의료 AI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영국은 보건부와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중축으로 AI 개발 과제를 공모·지원하는 ‘NHS AI Lab’을 운영하며 영상 판독, 진료 보조, 환자 관리 등 공공의료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의료 AI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이처럼 여러 나라에서 정부 주도의 의료 AI 개발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국 역시 국가 차원의 의료 AI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닥터앤서’ 프로젝트다. 닥터앤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18년부터 국가 전략 과제로 추진해온 사업으로, 대형 병원과 ICT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초기 단계인 ‘닥터앤서 1.0’은 뇌졸중, 심장질환, 폐암 등 주요 질환의 진단과 예측에 초점을 맞췄다. 이후 2024년까지 개발된 ‘닥터앤서 2.0’에서는 임상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고도화에 주력했다. 최근 닻을 올린 ‘닥터앤서 3.0’은 진단 중심 기능에서 한 단계 나아가 병원과 가정, 지역을 잇는 연계형 의료 AI 플랫폼을 지향하며 환자 예후 관리와 만성질환 관리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정부가 의료 AI 개발 프로젝트에 나서는 배경에는 의료 데이터의 특성이 있다. 개별 병원이나 민간 기업이 다양한 형태의 의료 데이터를 폭넓게 수집하기 어렵고, 소아·중증 질환처럼 수익성이 낮은 분야는 정부만이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관련 정보를 축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가 의료 AI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경우, 관계 부처가 민간과 협력해 개발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닥터앤서 3.0 추진단장인 김대진 서울성모병원 교수는 “정부 주도 의료 AI 개발 프로젝트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함께 참여하고 있다”며 “정부 기관들이 직접 병원들과 업무협약(MOU)을 맺고 과제를 수행하면서 현장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고 말했다.
또 “국가 과제로 묶이다 보니 민간과 정부가 협업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연구 과정에서 난관에 부딪히더라도 함께 해법을 모색할 수 있다”며 “부처들 역시 공동의 성과를 내기 위해 움직이면서 긍정적인 상승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닥터앤서 프로젝트를 ‘K-의료 AI 모델’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국가대표 사업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미 닥터앤서 2.0 단계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 진출이 이뤄진 가운데, 앞선 개발 속도를 바탕으로 한국이 의료 AI 분야의 기준을 제시하겠다는 구상이다.
김 교수는 “닥터앤서 프로젝트는 민간 의료기관과 공공이 협력하는 K-의료 AI 모델을 정립하는 것이 목표”라며 “의료 AI 개발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K-의료 AI 모델은 국가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정부 주도의 K-의료 AI 모델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이를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신의료기술 평가 등을 통해 의료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는 있지만, 새로운 기술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적 기반 마련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의료 AI가 현장에서 안정적으로 활용되려면 수가와 건강보험 지원 같은 제도적 기반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미 여러 AI 솔루션이 의료 현장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대부분 비급여 항목으로 분류돼 혜택을 누리는 국민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닥터앤서 3.0 사업 결과물이 제대로 활용되려면 의료 AI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과 수가 항목 신설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한 임상적 유효성과 신뢰성 평가 지표 마련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