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 노동신문 등 북한 매체에 대한 국민 접근 제한과 관련해 “왜 이것을 막아 놓느냐”며 “국민을 주체적인 존재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선전·선동에 넘어갈 존재로 취급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홍진석 통일부 평화교류실장은 북한 매체 자료 접근권 확대와 관련해 “현행법상 일반 국민이 노동신문을 실시간으로 접할 방법은 없지만, 실제로는 언론과 연구자들이 매일 이를 인용하고 있다”며 “제도와 현실 간 괴리가 커 합리적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북한 노동신문을 못 보게 막는 이유는 국민이 선전전에 넘어가 ‘종북주의자’가 될까 봐 그러는 것 아니냐”며 “오히려 북한의 실상을 정확히 이해해 ‘저러면 안 되겠구나’ 판단할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보고에는 “이런 걸 무슨 국정과제로 하느냐. 그냥 열어놓으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원은 국정원법상 특수자료 지침에 따라 열람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국정원은 봐도 안 넘어가는데 국민은 보면 홀딱 넘어갈 거라고 걱정하는 것”이라며 “국민 의식 수준을 지나치게 폄하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재외동포청 업무보고에서도 강도 높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우편·전자투표 도입 등 재외국민 참정권 확대 방안을 마련하라며 “해외에 나와 있다는 이유로 사실상 투표를 못 하게 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질타했다.
김경협 재외동포청장이 제도 도입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자, 이 대통령은 “재외국민이 투표를 못 하게 하는 것이 목표인 집단이 있어서 그런 것 아니냐”고 반문하며 “문제가 있다면 보완책을 만들면 될 일이지, 그 이유로 다른 나라에 있는 국민의 투표권까지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재외동포청과 재외동포협력센터 간 업무 중복 문제도 지적하며 통합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공무원 숫자가 늘었다는 비판을 피하려고 외부 조직으로 만든 것이라면 대국민 기만”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비전향 장기수 송환 문제와 관련해서도 기존 접근 방식의 전환을 시사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부 업무보고에서 “북한이 반응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중국을 경유해 북한으로 들어가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정 장관이 “중국 선양을 거쳐 북한 입국을 추진하는 단계”라면서도 “북한이 받아줘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하자, 이 대통령은 “본인들이 감수해야 할 일”이라며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사람의 길을 막지 말고 열어주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동시에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송환을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의 반응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남북 대화 루트마저 끊어진 상태”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현재로서는 더 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안보·통일·참정권 문제 전반에서 ‘국민을 전제로 한 과도한 통제와 관행’을 문제 삼고, 국민의 판단 능력과 권리를 정책의 중심에 두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