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19일까지 6일간 19부·5처·18청·7위원회 등 총 228개 기관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았다. 통상 연초에 진행되던 업무보고를 연말에 마무리한 것은 새해 국정 운영을 보다 명확한 방향성 속에서 출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번 업무보고의 가장 큰 특징은 외교·안보 등 일부 기밀 사안을 제외하고 보고와 토론 전 과정을 생중계한 점이다. 정부 업무보고를 국민에게 실시간 공개한 것은 전례 없는 시도다. 대통령실은 이를 ‘공개 행정’과 ‘국민주권 정부’ 구현의 상징적 장면으로 설명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를 ‘파놉티콘’(‘진행되는 모든 것을 한눈에 파악’하는 능력)에 빗대며 “대통령 스스로 감시의 대상이 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 역시 “국정은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며, 공직자는 상사가 아니라 국민에게 충성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수치와 근거를 요구하는 집요한 질문, “결론부터 말하라”는 직설적 화법, 모호한 답변에 대한 즉각적인 질책은 행정가 출신 대통령의 면모를 부각시켰다. 반대로 성과를 낸 실무자에 대해서는 공개적으로 칭찬하며 공직 사회에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이 같은 방식은 공직 사회 전반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부 부처와 공공기관에서는 첫 주 업무보고 이후 ‘대통령의 기준치’에 맞추기 위한 보완 준비에 나섰다는 전언도 나왔다. 대통령과 실무자 간 직접 소통이 가능해지면서 정책 추진의 속도감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민 입장에서도 국정 운영의 조율 과정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정책 결정의 맥락을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이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 이유로 ‘소통·업무보고’가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이 대통령이 “업무보고가 넷플릭스보다 재미있다는 설도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반응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생중계의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국민의힘 한 당협위원장은 “즉흥적 발언과 정제되지 않은 질문까지 그대로 노출되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확산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동북아역사재단 업무보고 과정에서 ‘환단고기’를 언급한 장면은 유사역사학 논란으로 번졌고, 대통령실이 해명에 나서며 여진도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 시절 임명된 기관장에 대한 공개 질책 역시 ‘전 정부 인사 망신 주기’ 논란을 불러왔다.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에 대한 질의 과정은 여야 간 공방으로 확산됐고, 일부 발언은 범죄 수법 노출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정책 측면에서도 즉석 지시의 한계가 도마에 올랐다. 탈모 치료제 건강보험 적용 검토, 촉법소년 연령 하향 언급 등은 충분한 숙의 없이 대통령 발언에 따라 의제가 급변하는 ‘화제성 국정 운영’이라는 비판을 낳았다. 정책의 무게감에 비해 논의 과정이 짧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실은 “즉흥적 지시가 아니라 생활 밀착형 정책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것”이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라”며 허위·왜곡 보고를 경계하는 등 책임 행정을 강조했다.
사상 초유의 생중계 업무보고는 분명 국정 운영의 한 장면을 국민 앞에 그대로 드러냈다. 투명성과 효능감을 높였다는 성과와 함께, 국정 운영 방식의 안정성과 숙의 구조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라는 과제도 동시에 남겼다. ‘감시받는 대통령’이라는 실험이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지, 새로운 국정 운영 관행으로 자리 잡을지는 향후 제도화 여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