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의 위헌성 논란을 의식해 마련한 내란·외환 사건 전담재판부 설치 예규가 국회 입법 추진으로 시행 전부터 무력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이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 별도로 관련 법안을 상정하면서, 대법원 예규가 사실상 효력을 잃거나 수정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는 22일 국가적 중요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안을 행정예고했다. 예고 기간은 내년 1월 2일까지 약 10여 일로,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 여부와 구체적 내용을 확정할 예정이다. 시행일은 명시되지 않았지만, 통상 절차에 비춰볼 때 1월 초 시행이 예상된다. 이번 예규안은 대법관회의를 거쳐 지난 18일 공개됐다.
예규안의 핵심은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 가운데 국민적 관심이 큰 중요 사건을 전담재판부에서 집중 심리하도록 하되, 내란 사건에 대해서도 기존과 같이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유지하는 데 있다. 무작위로 배당된 재판부를 사후에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특정 재판부를 미리 구성해 사건을 배당하는 구조는 피했다. 재판부 지정 과정에서 제기돼 온 위헌 논란을 최소화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예규는 시행 이후 기소되거나 항소가 제기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민주당이 이날 국회 본회의에 내란전담재판부 설치 법안 최종안을 상정하면서 예규의 실효성은 불투명해졌다. 국회 입법이 먼저 현실화될 경우 법률이 예규에 우선 적용돼, 대법원 예규는 사실상 효력을 상실하거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
민주당이 상정한 최종안은 전담재판부 법관 추천위원회 규정을 삭제하고,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판사회의가 재판부 수와 판사 구성 기준을 정한 뒤 사무분담위원회가 이를 반영해 판사회의가 최종 의결하는 구조를 담고 있다. 반면 대법원 예규는 판사회의와 사무분담위원회의 의견을 듣되, 재판부 수와 구성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을 법원장에게 부여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해당 법안이 헌법상 법관의 독립과 무작위 배당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상정 보류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국회에서는 이날 오전부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이 진행 중이다. 첫 토론자로 나선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는 명백히 위헌”이라며 “다수당이 특정 사건을 겨냥해 재판부를 구성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법안 수정 과정을 거치며 위헌 소지를 상당 부분 해소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은 필리버스터 시작 24시간이 지난 23일, 의석수를 바탕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한 뒤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법조계에서는 내란전담재판부 설치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지속돼 왔다. 판사 추천 방식이 무작위 배당 원칙에 반할 수 있고, 특정 사건을 겨냥한 전담재판부 설치가 표적 입법이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최근 국회 법사위에서 “사무분담과 사건 배당은 사법행정의 핵심”이라며 “입법으로 이를 대체할 경우 위헌 논란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한편 서울고법은 이날 오후 비공개로 전체판사회의(사무분담회의)를 열고 대법원 예규에 따른 후속 조치를 논의한다. 형사재판부를 16개로 늘리고, 이 가운데 2~3개를 전담재판부로 지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안이 수용될 경우 서울고법은 내년 사무분담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