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시민사회 운동의 대모(大母) 허문화씨가 오랜 시간 담금질하고 벼린 시선으로 세상에 따듯한 모성애를 건넨다.
허문화 선생이 23일 생애 첫 시집인 '눈으로 들을 수 있는 말이 있다'를 출간했다. 푸른사상 출판사 시선이다. 시집에는 '달항아리처럼 둥글게 세상을 감싸는 모성의 가족애'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시인은 “지나고 보니 모든 삶(상처)이 시였다. 오랜 시간 시민운동을 하면서 가끔 사람에게 체하고 말에 체해 내면이 소란스러울 때마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글쓰기를 하였는데, 그 시간들이 상처를 덧나지 않게 하는 힘이었다. 시는 상처를 여과하는 특별한 힘이 있음을 느낀다”라며 시의 힘과 치유력을 언급했다.
맹문재 교수(안양대·문학평론가)는 작품해설에서 '모성의 가족애'가 단지 혈연 관계를 의미하지 않고 사회 공동체의 가치를 추구하며 둥글게 끌어 안는 것이라고 본다. 자본주의 체제에 함몰된 현대인들의 상처를 시인은 공동체적 가족애로 보듬고 치유한다.
시 '통계에 잡히다'에 /알바천국에 알바만 있고 천국은 없다는 것을/취준생이 되면서 알게 된// 것은 자본주의의 교환가치가 청춘들을 옭아매는 것을 은근히 지적한다. 상처받은 이들에게 나직하게 건네는 허문화 시인의 위로가 깊은 겨울에 따듯한 온돌방처럼 다가온다.
허 시인은 1969년 양산에서 태어났다. 동아대학교 독어독문학과와 경북대학교 문학치료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양산문인협회에서 활동했고, 2025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다.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초대 공동의장을 맡으며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현재는 독서와 문학치료 관련 강의를 하고 있으며, 양산 상북면에서 작은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