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백 명의 홈리스와 무연고자가 서울에서 숨진다. 그러나 이를 종합적으로 집계한 공식 통계는 없다. 전문가들은 통계 부재로 예방 정책을 설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2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서울역 광장에서 ‘2025 홈리스추모제’가 열렸다.
홈리스추모제는 2001년 시작돼 올해로 25년째 이어진 인권 행사다. 주거와 의료, 노동 문제는 물론 죽음의 권리까지 홈리스 인권 전반을 사회에 알리고 대책 마련을 요구해 왔다.
이날 추모제에서는 서울에서 반복되고 있는 홈리스와 무연고자의 죽음을 기억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대응을 촉구했다.
50개 인권·사회단체로 구성된 추모제 공동기획단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역의 무연고·홈리스 사망자는 463명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사망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는 배경으로 노숙인 분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가 2024년에 발표한 노숙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노숙인의 52.1%, 거리 노숙인의 75.7%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수백 명 단위의 무연고자 사망이 해마다 발생하고 있지만, 서울시 차원의 공식 집계는 없다. 관련 정보는 의원실 요청이나 정책 발표 때에만 제한적으로 공개될 뿐, 정기적인 통계로 관리·공표하지 않는다. 공영장례를 위탁 수행하는 시민단체 자료를 통해 간접 추정되는 수준이다.
중앙정부 차원의 통계 역시 사망 규모를 종합적으로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장례 서비스 플랫폼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무연고 사망자 현황을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지만, 해당 시스템은 무연고 공고 게시판에 개별 사망 공고를 게시하는 수준에 그쳐 사망 규모나 추이를 집계한 통계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러한 현황 부재로 무연고·홈리스 사망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예방 정책 마련이 어렵다는 점이다.
김민석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고독사는 법률에 따라 실태조사와 통계가 이뤄지지만, 무연고 사망자는 여전히 행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통계가 없으니 왜 무연고 사망이 늘어나는지조차 알 수 없고, 예방 정책도 설계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공개되는 자료는 성비 등 기초 정보에 그쳐, 무연고 상태에 이르게 된 경로나 삶의 조건을 파악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안형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특정 집단이 어떤 조건에서 죽고 있는지를 알아야 예방 정책을 세울 수 있는데, 홈리스 사망은 데이터조차 제대로 수집되지 않고 있다”며 “이는 정관심과 책임이 부족하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관련 기준과 개념이 정립돼 있지 않아 공식 통계를 산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 복지실 관계자는 “무연고 사망자는 자치구에서 수합해 집계는 하고 있지만, 이를 어디에 어떻게 공개할지에 대한 기준이 없다”며 “자치구별 기준이 달라 취합 과정에서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홈리스 사망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기준이 없어 서울시 차원에서도 통계를 내기 어렵다”며 “거리에서 발생한 사망을 모두 홈리스 사망으로 보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통계 구축이 정책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숙인은 주소 불명이나 주민등록 말소 상태에 놓이기 쉬워 행정 시스템에서 배제된다”며 “사망 이전에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정확한 사망 통계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