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체검사 위·수탁 개편’ 의료계 논쟁 2라운드…개인정보 보안 쟁점

‘검체검사 위·수탁 개편’ 의료계 논쟁 2라운드…개인정보 보안 쟁점

정부, 위탁검사관리료 폐지 결정
개인민감정보 유출 가능성 두고 개원의와 진단의학과 대립

기사승인 2025-12-25 06:00:05
픽사베이

정부가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 방향을 확정한 가운데, 개원의들과 진단의학과 전문의 간 갈등이 비용이 아닌 정보 보안 문제를 둘러싸고 다시 불붙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안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검사료와 중복 보상 논란이 제기돼 온 위탁검사관리료를 폐지하고, 검사료 안에서 위탁·수탁기관별 수가를 신설할 계획이다. 위탁검사관리료 폐지로 확보되는 약 2400억원의 재원은 진찰료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에 강하게 반발해온 개원의들은 정부의 정책 추진을 되돌리기는 어렵다고 판단하면서도, 약 2400억원 규모의 재원이 의료기관에 투입된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향후 수가 배분 비율을 둘러싼 논의가 남아 있는 만큼, 배분 구조 조정에 힘을 쏟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안. 보건복지부 제공


박근태 대한개원의협의회 회장은 “위탁검사관리료 폐지로 비용 구조 논쟁은 일단락되는 분위기”라며 “다만 수가 신설이 현장 진료에 어떤 부담이나 변화를 가져올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진단검사의학과 의사들은 정부가 왜곡돼 온 검체검사 위·수탁 체계를 바로잡는 데 나서면서, 검체검사가 제대로 된 의료행위로 인정받을 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다. 이번 개편을 통해 검체검사가 더 이상 할인된 용역으로 취급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신명근 진단검사의학회 이사장은 “검체검사는 용역이 아니라 명백한 의료행위다. 수술이나 진찰과 다르지 않은 의료행위가 관행이라는 이유로 할인돼 온 것 자체가 문제였다”며 “이번 개편의 가장 큰 의미는 검체검사가 의료행위로서 제자리를 찾았고, 그동안 지켜지지 않았던 원칙이 제도적으로 바로 섰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을 둘러싼 의료계 내부 갈등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새로운 쟁점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검체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개인 민감정보 관리 문제를 두고 이견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검체검사를 의뢰한 의료기관과 검사를 수행하는 기관이 각각 수가를 청구하는 구조에서, 개인 건강정보 보안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두고 개원의들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개원의들은 수탁검사기관이 별도로 청구를 진행할 경우 환자의 개인 건강정보를 취급해야 하는데, 정부가 이에 상응하는 보안 기준을 아직 마련하지 않아 정보 유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최근 통신사와 쇼핑 플랫폼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을 고려하면, 수탁검사기관 역시 해킹 피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박 회장은 “최근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수탁검사기관 역시 해커들의 다음 목표물이 될 수 있다”며 “수탁검사기관 직원의 일탈로 개인 건강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 “최근 논란이 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례에서 공동 현관문 비밀번호와 같은 정보까지 노출돼 국민들이 충격을 받았다”며 “개인이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질병 이력 등이 외부로 유출될 경우 사회적 파장이 클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안전장치는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진단의학과 전문의들은 개원의들의 주장을 지나친 기우로 봤다.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규정에 따라 수탁검사기관이 준수해야 할 보안 기준이 이미 마련돼 있는 만큼, 별도의 안전장치를 추가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신 이사장은 “개인정보 보안 문제는 이미 관련 법에 따라 갖춰야 할 보호 장치가 규정돼 있어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며 “의료기관들도 별도 규정 없이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정보를 취급하고 있는 만큼, 수탁검사기관도 동일하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수탁검사기관 직원 역시 의학적 목적이 아니면 환자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며 “지나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검체검사 위·수탁 체계 개편을 둘러싼 개원의들과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간 논쟁은 정부가 향후 보상구조 개편안의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찬종 기자
hustlelee@kukinew.com
이찬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