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은 일상이 됐고, 오프라인은 재편의 길에 들어섰다. 이커머스는 성장기를 지나 생활 인프라로 자리 잡았고, 플랫폼 경쟁은 가격을 넘어 배송·물류·기술 연합으로 확장됐다. 오프라인 채널은 매출 둔화 속에서 체류형 소비와 신선식품 강화로 생존 전략을 바꿨다. 2025년은 유통 채널 간 희비가 갈리며 산업 구조 재편이 본격화된 해였다.
2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매월 오프라인 13개사, 온라인 10개사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1월·5월·7월·10월·11월을 제외한 6개월에서 매출 하락을 기록한 반면, 온라인 채널은 한 달도 빠짐없이 전년 동월 대비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지난달 온라인 유통 채널 매출은 지난해 이후 지속된 10%대 성장의 기저효과로 전월에 이어 한 자릿수 성장률(10월 6.8%, 11월 5.3%)을 보이며 증가 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1~9월 평균 증가율은 15.2%에 달했다.
이 같은 흐름은 이커머스 시장이 이미 고성장 국면을 지나 생활 필수 채널로 굳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총 거래액은 약 242조원으로 추산되며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쿠팡, 컬리, G마켓, SSG닷컴 등 주요 플랫폼이 일상 소비의 기본값으로 자리 잡으면서, 배송 경쟁의 기준도 한층 상향됐다. 시장이 안정 국면에 접어들면서 성장률은 둔화됐지만, 플랫폼 간 점유율 경쟁은 가격에서 물류 경쟁으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 점유율 확대에 대응해 각 업체들은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잇따라 선보이며 속도전에 돌입했다.
올해 1월 CJ대한통운이 주 7일 배송을 발표한 데 이어,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잇따라 7일 배송 대열에 합류했다. 이커머스 플랫폼은 이들 택배사와 물류 동맹을 맺고 주말·당일·새벽배송을 포함한 ‘365일 배송 체계’ 구축에 나섰다.
새벽배송 전문 플랫폼 오아시스마켓의 성장세도 두드러졌고, SSG닷컴은 이마트의 오프라인 신선식품 역량을 결합한 ‘바로퀵’ 서비스를 선보이며 온라인 배송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퀵커머스 경쟁은 배달업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배달의민족의 ‘B마트’, 쿠팡이츠의 ‘쿠팡이츠 쇼핑’ 등은 즉시배송 기반의 상품군을 확대하며 수익성 개선과 체류 시간 확대를 동시에 노리는 전략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에 이르며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만큼, 플랫폼들은 점유율 경쟁과 함께 글로벌 역직구 시장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주 7일 배송이 사실상 기준점으로 자리 잡으면서 물류 서비스 안정화가 우선 과제가 됐고, 이 과정에서 다른 이커머스 업체들 역시 배송 역량을 지속적으로 고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커머스 플랫폼 연합…‘반쿠팡’ 생태계 전쟁
이커머스 플랫폼 간 경쟁은 가격과 마케팅을 넘어 기술과 인프라를 결합하는 ‘합종연횡’ 양상으로 확장되고 있다.
네이버는 컬리 지분 5%를 인수하며 전략적 협업에 나섰다. 양사는 네이버플러스 스토어에 ‘컬리N마트’를 도입하고, 컬리의 물류 자회사 컬리넥스트마일을 네이버 NFA에 편입시키며 협업 범위를 물류 영역까지 넓혔다. 컬리가 강점을 지닌 새벽배송·신선식품 경쟁력과, 네이버의 대규모 사용자 트래픽‧서비스가 결합됐다.
G마켓 역시 글로벌 연합 전략으로 대응하고 있다. G마켓 모회사 신세계그룹은 알리바바인터내셔널과 합작법인을 설립하며 국내 플랫폼 경쟁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성장 전략을 공식화했다. 이는 G마켓과 알리 각자의 유통·기술 자산을 결합해 국내 셀러의 해외 진출과 플랫폼 외연 확장에 방점을 찍은 행보로 해석된다.
G마켓은 현재 알리바바 계열 동남아 플랫폼 ‘라자다’와 연계해 싱가포르·말레이시아·태국·필리핀·베트남 등 5개국에서 상품을 판매 중이다. 내년부터는 남아시아와 남유럽으로 시장을 넓히고, 2027년까지 북미·중남미·중동 등으로 진출해 입점 판매자들의 글로벌 판로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단순 제휴를 넘어선 ‘플랫폼 생태계 확장 전략’으로 평가한다. 각사가 보유한 물류 인프라와 기술, 상품 경쟁력을 결합해 소비자 일상에 더 깊이 스며들겠다는 장기전의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쿠팡의 독주에 대응해 연합을 통한 구조적 경쟁력 확보가 유통 플랫폼들의 핵심 전략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쿠팡, ‘로켓성장’과 심각한 리스크 경고음
올해는 쿠팡의 1위 독주가 더욱 선명해진 한 해였지만, 동시에 각종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오른 시기이기도 했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와우 멤버십을 앞세운 강력한 락인 전략을 통해 올해 3분기 매출 12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 역시 3개 분기 연속 2000억원대를 이어가며 수익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외형 성장과 달리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심각한 경고음이 울렸다. 지난달 쿠팡 이용자 3370만개 고객 계정 정보가 외부로 유출된 사실이 확인됐다. 유출된 정보에는 이름, 이메일, 전화번호, 주소, 일부 주문 정보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쿠팡이 약 5개월간 유출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관리 체계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현재 경찰이 합동수사에 착수해 내부 유출 경위와 책임 소재를 조사 중이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부터 쿠팡은 검찰 수사 외압 의혹, 물류센터 사망 사고 등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에 업계 안팎에서는 쿠팡의 경영 시스템과 사회적 책임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여야 정치권의 질타 속에 검찰 압수수색과 국세청 특별 세무조사까지 이어지며 정부의 압박도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오프라인 채널, 생존 방식 모색…백화점 웃고, 대형마트 울상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전통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매출 정체와 일부 역성장 속에서 생존 전략을 재정립한 한 해였다. 규제 환경과 출점 제한으로 외형 확장이 어려워지자, 공간과 기능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가 핵심 전략으로 떠올랐다.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구매 중심 공간에서 ‘체류형 공간’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다. 체험형 콘텐츠와 F&B, 문화·전시 프로그램을 강화해 머무는 시간 자체를 가치로 만드는 전략이다. 중국인 관광객 유입 확대와 상반기 소비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맞물리며 하반기 들어 백화점 업계는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4.4% 증가한 1조7329억원을 기록했고, 현대백화점 판교점도 상반기 약 94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연간 2조원 돌파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대형마트 업황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함께, 민생회복소비쿠폰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역성장 압박이 커졌다.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는 올해 3월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한 이후 아직까지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는 신선식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대규모 할인 행사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연말 수요 회복에 사활을 거는 상황이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주요 유통 채널 동향과 관련해 “전년 대비 늦은 추석에 따라 늦어진 대형마트 매출 휴지기의 영향과 함께 외부 환경의 영향이 아직까지도 대형마트 업황에 부정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소비쿠폰과 상생페이백 정책이 대표적”이라며 “전통시장, 일부 하나로마트 등으로 대체가 가능한 업태인 대형마트는 부진했던 반면, 타 유통채널로의 대체가 쉽지 않은 백화점은 내수 소비 회복, 외국인 매출 증가 등의 영향으로 두 자릿 수 성장세를 이어나갔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