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늘 오늘을 살고 있다.” 최근 서울 소격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전도연(52)은 데뷔 35주년을 언급하며 이같이 밝혔다. 지난 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자백의 대가’는 이러한 그의 진심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작품이다. 그간 보지 못했던 그의 표정들이 증거다.
‘자백의 대가’(감독 이정효)는 남편을 죽인 용의자로 몰린 윤수(전도연)와 마녀로 불리는 의문의 인물 모은(김고은), 비밀 많은 두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미스터리 스릴러다. 극중 전도연은 윤수 역을 맡아, 결백을 증명해 자신의 삶을 되찾으려는 인물을 실감 나게 그렸다.
“윤수의 절실함과 절박함을 얼굴 표정으로 많이 드러냈어요. 제가 생각해도 지금까지 가장 많은 얼굴 근육을 쓰지 않았나 싶었으니까요. 감독님도 ‘선배님 너무 인상을 쓰시는데요’ 하셨어요. 저로서는 너무 좋은 일이었어요. 조금이라도 다르게 했고 그 부분이 보였다고 하니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윤수는 독특하다고 여겨지는 캐릭터다. 남편이 죽고도 보헤미안 스타일을 고수하고 남들 앞에서 천진난만한 웃음을 잃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에서 비롯된 편견은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고 극의 긴장감을 지탱한다. 전도연은 “윤수가 자유분방하고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그 반대라서 미스터리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고아였기 때문에 가족에 대한 집착이 있을 것 같았어요. 남들이 봤을 때 화목한 가정, 내가 생각하는 가정에 대한 집착이요. 그런 결핍과 어두운 이면이 있는 인물로 봤어요. 현실적이지 못하다고도 느꼈어요. 아이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장면에서 라면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이때 남편의 보호 아래에서 늘 자기 중심적으로 살았던 여자가 아닐까 생각했어요.”
전도연은 윤수의 원동력이 ‘모성애’에만 국한되지 않길 바랐다고 했다. “처음에 대본을 읽고 인물이 왜 이렇게 살고자 하는지 많이 고민했었어요. 과연 윤수가 아이와 살고 싶어서 누군가를 죽일 만큼 절실한 인물일까, 저는 그렇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윤수는 ‘범인을 꼭 찾을 수 있어’, ‘결백을 밝힐 수 있어’라고 믿었던 것 같아요. 여자들의 서사에는 모성이 항상 빠지지 않잖아요. 모성은 감춘다고 감춰지는 게 아니고 내재돼 있는 것이라 굳이 강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감독님한테 말씀드렸었어요.”
윤수는 고단한 인물이기도 하다. 모은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바삐 움직이고,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를 쫓고,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한다. 전도연은 치렁치렁한 머리를 흩날리며 매일 달리는 인물을 연기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을 법하다. “이 정도까지일 줄은 몰랐어요(웃음). 촬영하는 장소가 한 곳이 아닌데다 처음으로 몸에 카메라를 달고 뛰는 걸 해봤어요. 마냥 달리기만 해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앞이 잘 안 보였어요. 쉽지 않았죠.”
전도연과 김고은은 영화 ‘협녀, 칼의 기억’ 이후 약 10년 만에 재회했다. 전도연은 세월을 실감하지 못했다면서도 신인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성장한 김고은에게 크게 의지했다고 말했다. “사석에서 몇 번 봐서 이렇게 시간이 지났는지 몰랐어요. 다만 10년 동안 너무 좋은 배우가 됐기 때문에 기대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했어요. 저는 편하고 좋았어요. 끌고 가는 것보다 서로 의지하고 함께 가는 편이에요. 오히려 제가 소극적이고 잘 알지 못할 때 주도적으로 생각해주고 이야기해줘서 고마웠어요.”
‘협녀, 칼의 기억’ 당시에도 김고은이 우러러 보는 선배였던 전도연은 어느덧 연기한 지 33년을 넘어섰다. 본인만의 철학이 확고하게 자리잡았을 시기다. 초심을 떠올리기 쉬운 대목이지만 그는 지금에 집중했다. “제가 하는 일을 너무 사랑해요. 예전에는 제 꿈이 배우가 아니었어서 일 자체의 재미나 사람들의 시선, 이런 것들을 즐겼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일에 대한 애정이 생기면서 더 잘하고 싶어졌어요.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해서 노력하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할 때 가장 자유롭고 저답다고 느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