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를 낮추는 대신 비필수적 비급여 진료 보장을 대폭 줄인 5세대 실손의료보험이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낮은 자기부담률과 과도한 비급여 보장으로 누적돼 온 실손보험 적자를 구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5세대 실손보험 도입을 위해 표준약관 개정을 추진 중이다. 표준약관 개정에는 통상 40일 안팎의 행정예고 기간이 필요한 만큼, 실제 출시 시점은 이르면 3월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금융당국은 지난해 출시를 목표로 했지만, 세부안 확정이 지연되면서 올해 상반기 중 선보일 가능성이 커졌다.
실손보험 개편의 핵심은 5세대 실손 출시를 통해 비급여 항목을 중증과 비중증으로 나눠 보장 수준을 차등화하는 데 있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의료비를 전액 부담하는 항목이다. 그동안 실손보험이 상당 부분을 보전하면서 과잉 진료를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로 도입되는 중증 비급여는 암·심장·뇌혈관질환 등 산정특례 대상 질환에 한해 현행 수준의 보장을 유지한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입원 시 비급여 자기부담 한도는 연 500만원으로 설정해 중증 환자의 부담을 제한한다. 현행 4세대 실손보험에는 비급여에 대한 연간 자기부담 한도가 없다.
반면 비중증 비급여는 보장 축소 폭이 크다. 연간 보장 한도는 5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줄어들고, 통원 치료 보상 한도는 하루 기준 20만원으로 제한된다. 하루에 여러 차례 치료를 받아도 일당 한도 내에서만 보장받게 되는 구조다. 기존에 제한이 없던 병·의원 입원 보상 한도 역시 회당 300만원으로 상한이 신설된다.
이번 실손 개편은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비급여 관리 강화 정책과도 맞물려 있다. 진료비 규모가 큰 비급여 항목을 ‘관리급여’로 지정해 정부가 가격과 이용량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골자다. 관리급여로 분류되면 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의 5%를 부담하고, 나머지 95%는 환자가 본인부담금으로 낸다. 정부의 가격 통제를 통해 총진료비는 낮아질 수 있지만, 높은 본인부담률과 실손 보장 축소가 겹치면서 과잉 의료 이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손보험 재정 악화 심화…5세대 성공 열쇠는 ‘소비자 선택’
금융당국이 5세대 실손보험 출시를 서두르는 배경에는 실손보험 재정 악화가 더 이상 방치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4년 실손보험 보험손익 적자는 1조6200억원에 달했으며, 지난해에도 이와 유사한 규모의 적자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 보험 전문가는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이 148%까지 치솟으며 악화 폭이 가장 컸다”며 “1·2세대 실손보험도 2025년 3분기부터 손해율이 전년 동기 대비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고, 3세대는 일부 완화 흐름을 보였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의 정착 여부가 소비자 수용성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존 실손보험은 낮은 자기부담률과 광범위한 비급여 보장으로 의료비 상승과 보험료 인상 압력을 키워왔다”며 “5세대 실손은 중증과 비중증을 구분하고 비필수 비급여에 대한 부담을 높여 필수의료 중심으로 구조를 재편한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의료체계가 필수의료 중심으로 정비되고, 보험료 인상 요인도 완화돼 소비자 부담 경감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4세대 실손보험 출시 당시에도 혜택이 줄어든다는 불만이 적지 않았지만, 이후 계약 건수가 꾸준히 늘며 시장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며 “기존 상품의 보험료 부담이 컸던 만큼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새 상품으로 이동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5세대 역시 4세대와 비슷한 흐름을 보인다면, 그 자체로 제도의 기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