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아였으나, 경찰이 부모를 찾는 절차를 생략한 채 시설로 넘기며 ‘고아’가 됐습니다. 국가가 조작한 ’가짜 고아’의 삶, 이제 국가가 제 이름을 돌려주십시오.”
아동 수용시설 피해 생존자인 송준영 고아신원연합 오류마을대책위원 대표는 길을 잃은 ‘미아’였던 1960년대 말, 공권력에 의해 ‘오류마을’이라는 수용시설로 넘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시설들은 아동 1명당 지급되는 정부 보조금과 해외 입양으로 이득을 취했고, 경찰은 실적을 위해 미아들을 ‘연고 없는 고아’로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유기·입양·수용시설 피해 70년과 헌법수호·권리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방향 국회 토론회’에서는 유기·입양·수용시설 피해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한 특별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6·25 전쟁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대한민국에서는 ‘아동 유기 현상’이 급속히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관련 법과 실질적 해결책은 현재까지도 미미하다는 지적이다.
유진수 고아신원연합 대표에 따르면 현재까지 유기고아 시설 피해 생존자는 누적 1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들은 유인·약취·학대를 겪다 퇴소 이후 절반 이상이 가족 구성 불능 상태에 놓이거나 미혼모, 노숙자 등이 된다는 설명이다. 유 대표는 “과거 우리 정부는 전쟁 이후 사회복지 예산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 시설(보육원) 중심의 수용 정책을 펼쳤다”며 “이 과정에서 부모가 있는 아동을 유기아로 처리하거나, 출생신고조차 하지 않은 채 시설에 입소시키는 사례가 빈번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3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진상규명 결과, 1960년대부터 1990년대 해외 입양 과정에서 다수의 신원 조작과 인권침해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실화해위는 국가의 사과와 대책 마련을 권고했다.
피해자들은 공적 기록과 DNA 정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적극적 입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입양특례법 등은 입양인 정보 공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로 인해 성인이 돼 퇴소한 유기고아들은 가족을 찾고 싶어도 기록과 법적 체계가 부족해 부모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분석이다.
송준영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국가에 의한 고아 양산과 관리 책임을 지적하며 △시설 내 인권 유린에 대한 피해 회복 △‘뿌리 찾기’를 통한 헌법적 기본권 회복을 강하게 촉구했다. 특히 △전국 수용시설 입소 기록 전수조사와 기록 복원 △DNA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가의 공식 사과와 조작된 피해자들의 정체성·신원 회복 등이 담긴 ‘유기고아 뿌리찾기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기원 사단법인 실종아동찾기협회장은 유기고아 문제가 단순한 ‘행정 미비’가 아니라 ‘실종–방치–시간 지연–유기–신원 말소’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라고 꼬집었다. 서 회장은 “유기고아·시설 피해 생존자에 대한 정보 접근권 보장과 분산된 기록의 통합 관리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을 지켜야 했던 국가에 의해 멀쩡한 가족을 잃고 기본권마저 유린당한 유기·입양·수용시설 피해는 국가 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역사”라며 “무수한 피해자들이 자신의 이름과 생년월일, 가족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조차 알지 못한 채 정체성을 통째로 빼앗긴 삶을 살아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간절히 요구해 온 기록 복원을 통한 뿌리 찾기와 정체성 회복은 여전히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정당한 보상은 물론 온전한 정체성 회복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추악한 과거를 덮는 것이 아니라 직시하고, 국가가 져야 할 책임을 제도화하는 것이 국가가 국민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덧붙였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은 “아동의 출생·보호·양육·자립 전 과정에서 국가의 책임을 명문화하지 않는 한 유기와 입양, 수용시설 문제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며 “국회는 더 이상 방관자가 돼선 안 되며, 정부 역시 ‘관리자’가 아닌 책임 주체로서 이 문제에 응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