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예방접종사업(NIP) 입찰에서 백신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약·유통업체와 임직원들이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았다. 애초 입찰에서 실질적 경쟁이 없었고, ‘들러리 업체’를 세운 건 오히려 당국의 종용 등으로 신속히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2심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공정거래법’ 위반과 입찰 방해 혐의로 기소된 녹십자,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보령바이오파마, 유한양행, SK디스커버리, 광동제약 등 6개사와 임원 7명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지난달 4일 확정했다. 이들은 2016~2019년 정부가 발주한 자궁경부암 백신 등의 입찰에 참여하면서 들러리 업체를 세우는 수법으로 짬짜미해 폭리를 취한 혐의로 2020년 8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업체들에 3000만~7000만원, 임원들에게 300만~5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담합 행위로 인해 낮은 가격이 형성될 가능성과 새 경쟁업체가 출현할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2심은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각 입찰은 구조적 특수성으로 인해 공동판매사와 나머지 업체 간에 실질적인 경쟁 관계가 존재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들러리 행위로 인해 경쟁 제한적 효과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가격 등 거래조건에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존재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질본)가 시행한 백신 제품별 입찰에서 최종 낙찰자로 선정되려면 제조사로부터 공급확약서를 발급받아야 했다. 그런데 백신 유통업체가 다국적 제약사(제조사)와 공동판매 계약을 맺고 유통해온 만큼 사실상 공동판매사만이 확약서를 받을 수 있었고, 이에 따라 ‘공정한 자유경쟁을 통한 적정한 가격 형성’이라는 전제 자체가 성립하기 어려운 입찰이라는 것이다.
2심은 “질본 담당자들 또한 조달청 승인이 있었다면 수의계약으로 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실질적 경쟁에 관한 인식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사업 진행에서 제조사뿐 아니라 공동판매사의 역할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는 점도 인식을 같이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촉박한 일정을 맞추려고 질본 담당자들이 공동판매사에 빠른 낙찰을 종용·압박했고, 그 와중에 ‘들러리를 세워서라도 입찰을 마무리하라’는 의사가 가감 없이 표시되기도 했다고 짚었다. 2심은 “들러리를 세운 행위는 입찰에서 실질적 경쟁을 배제해 공동판매사가 낙찰자가 되도록 하기 위함이 아니라, NIP 사업 백신 적시 공급의 필요성, 그에 관한 질본의 압박 또는 종용으로 신속하게 입찰 절차를 마무리하기 위함이었던 것이 근본 배경 및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2심 판결에 검찰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대법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신을 갖게 하는 증명력이 있는 증거가 없다면 설령 유죄 의심이 간다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판결했다. 그러면서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하고 무죄 판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