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들어서면 호텔 로비를 연상케 하는 공간이 펼쳐진다. 루이 비통이 모노그램 탄생 130년의 역사를 ‘호텔’이라는 콘셉트로 풀어낸 공간이다.
루이 비통이 하우스의 상징인 모노그램 탄생 130주년을 맞아 서울 도산 스토어를 리뉴얼하고, ‘여행의 정신(Art of Travel)’을 주제로 한 호텔 콘셉트 공간을 선보였다고 8일 밝혔다. 제품 진열을 넘어 브랜드의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공간 전체에 녹여낸 체험형 전략으로, 최근 글로벌 럭셔리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브랜드의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드러내려는 시도다.
이번에 새롭게 단장한 도산 스토어는 호텔 로비에서 객실, 바(Bar)까지 이어지는 동선으로 구성됐다. 방문객은 하나의 여정을 따라 이동하며 루이 비통을 대표하는 다섯 가지 모노그램 백인 키폴(Keepall), 스피디(Speedy), 알마(Alma), 네버풀(Neverfull), 노에(Noé)의 역사와 상징성을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된다.
현장 관계자는 “모노그램 130주년을 맞아 단순 전시가 아닌, 브랜드가 축적해온 시간과 장인정신을 ‘공간’으로 풀어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각 층의 아이템과 콘셉트가 모두 하나의 여행 서사를 이루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그라운드층 로비에서는 여행의 시작과 끝을 함께해온 키폴이 방문객을 맞이하고, 인접한 컨시어지 공간에서는 장인이 직접 참여하는 퍼스널라이제이션·리페어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 관계자는 “세척, 리페어, 페인팅 등 장인 서비스를 눈앞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스피디 P9’ 등 하이엔드 라인의 제작 과정을 전시로 풀어낸 부분이다. 관계자는 “일반 제품 대비 공정이 훨씬 복잡해 장인 한 명이 하루에 하나도 완성하기 어려운 라인”이라며 “제작에 180여 개 공정이 들어가는 만큼, 기다림 자체가 가치가 되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설명은 루이 비통이 단기 판매보다 ‘시간이 축적된 가치’를 어떻게 강조하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층을 오르면 파리 건축미에 대한 경의를 담은 알마 전시와 드레스룸 콘셉트 공간, 최대 100kg 하중을 견디도록 설계된 네버풀을 체험하는 짐(gym) 콘셉트 존이 이어진다. 2층에는 샴페인 보관을 위해 탄생한 노에에서 영감을 받은 바 공간이 마련돼, 모노그램을 활용한 음료와 디저트를 함께 선보인다. 제품과 공간, 미식 경험까지 하나의 브랜드 언어로 묶은 셈이다.
이 같은 공간 전략은 최근 글로벌 럭셔리 시장의 흐름과도 맞물린다. 영국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 브랜드파이낸스에 따르면 샤넬은 2025년 브랜드 가치가 전년 대비 45% 증가한 379억달러로 패션 부문 1위에 올랐고, 루이 비통은 329억달러로 2위에 자리했다. 업계에서는 샤넬이 초고가·희소성 전략을 통해 단기적인 브랜드 응집도를 끌어올린 반면, 루이 비통은 오프라인 공간과 경험을 중심으로 브랜드가 축적해온 자산을 확장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루이 비통의 이번 도산 스토어 리뉴얼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시장 변화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이라기보다 모노그램 13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을 계기로 브랜드가 지켜온 헤리티지와 장인정신을 공간으로 풀어낸 프로젝트로 읽힌다. 제품을 넘어 브랜드의 시간과 서사를 직접 경험하도록 설계했다는 점에서다.
현장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브랜드가 지켜온 모노그램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어떻게 현재의 공간 언어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했다”며 “트렌드에 대한 해석보다는 루이 비통이 어떤 하우스인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하도록 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최근 럭셔리 시장에서는 가격 인상이나 희소성만으로 브랜드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브랜드를 소비하는 방식이 제품 소유를 넘어, 브랜드가 쌓아온 역사와 세계관을 얼마나 일관되게 체감할 수 있는지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