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혐오와 모욕 행위가 반복되고 있지만, 이를 실효적으로 제재할 법적 장치는 사실상 부재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특정 사안을 겨냥한 처벌 강화가 형평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찰은 7일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는 조형물인 ‘평화의 소녀상’에 대한 훼손 등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소녀상을 모욕한 행위를 ‘사자명예훼손’이라고 비판한 지 하루 만이다.
그간 위안부 피해자를 향한 혐오 시위와 모욕 행위는 꾸준히 이어져 왔다. 소녀상이 설치되기 시작한 2010년대 초반부터 침을 뱉거나 발로 차는 등의 물리적 모욕은 물론, ‘철거’ 문구가 적힌 마스크를 씌우는 챌린지, ‘위안부는 매춘부’ 등 주장을 내세운 수요시위 맞불 집회도 반복됐다. 최근에는 소녀상이 설치된 학교 인근에서도 유사한 행위가 벌어졌다.
이 같은 상황의 배경으로는 법적 공백이 지목된다. ‘일제하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보호·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률(위안부 피해자법)’에는 피해자를 모욕하거나 혐오하는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명시돼 있지 않다. 물리적 훼손이 분명하지 않은 마스크 씌우기 등의 행위 역시 재물손괴죄 적용이 쉽지 않다.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더라도 실질적 제재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경란 정의기억연대 연대운동국장은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특정하지 않은 채 ‘위안부는 가짜’라는 식으로 발언할 경우, 현행 명예훼손죄에서는 누구의 명예를 훼손했는지 입증하기 어렵다”며 “이 때문에 제3자가 고발하는 데에도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했다.
강 국장은 “이용수 할머니처럼 실명이 거론돼 직접 고소가 가능한 경우에도 수사와 재판이 수년씩 지연되거나, 처벌이 이뤄지더라도 벌금 등 경미한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현행 형법상 명예훼손·모욕죄만으로는 반복적이고 조직적인 위안부 피해자 모욕을 제어하기에 한계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한 극우 성향 단체 대표는 서울 은평구에 설치된 소녀상에 ‘위안부 실상을 왜곡·날조한 흉물은 철거돼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를 부착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같은 해 법원은 이 행위에 대해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해 1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위안부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돼 있다.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과 관련 허위 사실 유포를 금지하고, 소녀상을 훼손하거나 모욕하는 행위에 대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 혹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하지만 21대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법조계에서는 필요성과 한계를 함께 짚는 목소리가 나온다. 형사전문변호사인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변호사는 “현행 명예훼손죄는 친고죄 요건과 피해자 특정의 어려움 때문에 위안부 관련 발언을 처벌하기 쉽지 않다”며 “개정안은 고소권자를 유족에 한정하지 않고 피해자 특정성을 보완하려는 취지가 있어 일정 부분 보완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변호사는 “특정 집단에만 별도의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형평성 논란을 낳을 수 있다”며 “피해자 보호와 표현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