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해양수산부가 주도하는 ‘자율운항선박 M.AX(제조 AI 혁신) 얼라이언스’가 본격 가동되면서 조선업계의 자율운항선박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다. 조선·해운·AI 기업 등 50여 개 기관이 참여하는 이 연합체는 개별 기업의 경계를 넘어 국가 차원의 ‘데이터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해양수산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자율운항선박 M.AX 얼라이언스 전략회의’를 열고 데이터 동맹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하드웨어 경쟁력에 기반해온 조선업을 데이터·소프트웨어 중심 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K-조선’의 전략적 전환이라는 평가다.
그간 국내 조선업계는 1단계 기술개발을 통해 국제항로 실증에 성공하며 자율운항의 기술적 가능성을 입증해왔다. 다만 완전 자율운항과 상용화를 목표로 하는 2단계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개별 선박 실증을 넘어, 방대한 규모의 실제 운항 데이터를 공유·활용하는 체계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데이터 동맹’은 해수부·산업부 등 정부 부처를 비롯해 주요 해운사와 조선사, 기자재 업체, 대학·연구기관은 물론 네이버와 KT 등 AI 기업까지 참여한다. 총 50여 개 기관이 ‘S.E.A.(Speed·Engagement·Alliance)’ 비전 아래 파편화된 데이터를 한데 모으는 데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조선사가 보유한 설계·시운전 데이터, 해운사가 축적하는 실제 운항 데이터, 그리고 AI 기업의 알고리즘 처리 역량을 결합하여 자율운항 AI의 신뢰성과 완성도를 획기적으로 고도화한다는 구상이다.
이러한 협력 흐름과 개별 기업들의 노력이 맞물려 AI 자율운항 생태계는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데이터 솔루션을 수익 모델로 안착시켰다. 작년 3분기 공시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의 디지털 솔루션(오션와이즈 포함) 부문은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약 651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사업의 약 4% 비중으로, 자율운항 기술이 단순 R&D를 넘어 실제 수익을 창출하는 단계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3분기 누적 1369억 원을 R&D에 투입해 기술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화오션은 상선 실증 노하우를 방산으로 확장하는 ‘민·군 융합(Spin-on)’ 전략을 구체적인 수치로 입증하고 있다. 작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오션의 누적 연구개발비용은 약 414억 원으로, 특히 스마트십 및 자율운항 연구 부문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양도(계약금액 59억 원)하며 계열사 간 기술 융합을 실행에 옮겼다. 이는 지난 3분기 특수선 매출이 전 분기 대비 58% 급증하며 확보한 탄탄한 재무적 동력을 바탕으로 무인수상정(USV) 등 미래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이 같은 기술 축적은 미래 해상전의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전투용 무인수상정 개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화오션의 고안정성 함형 설계에 한화시스템의 복합 운용(MUM-T) 및 전투체계(CMS),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원격 무장 기술을 결합한 ‘한화 3사 시너지’가 특징이다. 상선의 자율운항 데이터가 군사 작전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구조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2024년 해군 주관 1차 개념설계 과제를 수행하며 국내 유일의 전투용 무인수상정 함형 설계 경험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삼성중공업 역시 과감한 투자를 통해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작년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18% 늘어난 680억 원을 R&D에 집행했다. 사내 ‘자율운항연구센터’를 주축으로 독자 스마트십 시스템 ‘에스베슬(SVESSEL)’ 고도화와 미래형 무인선 ‘시프트 오토(SHIFT-AUTO)’ 개발을 핵심 과제로 수행 중이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중공업은 거제~제주, 한국~대만 등 장거리 항로에서 잇따라 자율운항 실증에 성공하며 기술적 안정성을 입증했다. 나아가 고장 진단 시스템(CBM)을 통해 선박의 유지보수와 운영 효율을 최적화하는 ‘선단 관리’ 기술을 강화하며 선주들에게 실질적인 운영 비용 절감 효과를 제시하고 있다.
정부와 업계는 이번 M.AX 얼라이언스를 통해 현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2032년까지 약 25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자율운항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민관이 함께 구축하는 운항 빅데이터가 K-조선의 미래 경쟁력을 견인할 핵심 자산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는 “AI 자율운항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제 운항 데이터다. 조선 해운이 모두 참여하는 얼라이언스를 통해 운항 빅데이터라는 기술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