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바이오산업 풍향계…‘ADC’·‘AI’·‘MASH’ 핵심 키워드 [JPMHC 톺아보기③]

올해 바이오산업 풍향계…‘ADC’·‘AI’·‘MASH’ 핵심 키워드 [JPMHC 톺아보기③]

기사승인 2026-01-09 06:00:05
쿠키뉴스 자료사진

세계 최대 바이오 투자 행사 ‘2026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 개막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올해 제약바이오산업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 항체약물접합체(ADC), 비만 및 대사이상 지방간염(MASH) 치료제가 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2~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웨스틴 세인트 프란시스호텔에서 열리는 ‘JPMHC 2026’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다. JPMHC는 매년 1월 글로벌 제약·바이오·헬스케어 기업과 투자자들이 모이는 업계 최대 규모 투자 행사로, 1500개 이상의 기업과 8000명 이상의 참가자가 참석할 예정이다.

업계는 올해 산업 최대 화두로 AI를 활용한 신약 임상과 ADC 항암제 개발, MASH 치료제 등장 등을 꼽는다.

바이오 기업들, 핵심 사업전략으로 AI 지목

AI는 헬스케어산업에 깊숙이 스며들어 연구개발(R&D) 전주기에 활용되고 있다. AI를 활용해 임상시험 설계, 데이터 처리, 리포트 작성 등 업무를 자동화하기 시작했고, 방대한 논문과 특허 정보 등을 신속하게 정리해 신약 개발 기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했다.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임상적 추론을 하고, 의료진의 의사결정을 돕는 등 의료현장에서도 AI가 주목받고 있다. AI에 대한 관심이 단순 기술 경쟁을 넘어 병원의 수익 구조와 직결되는 단계로 접어든 것이다.

전 세계 AI 신약 개발 전망은 밝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글로벌 AI 신약 개발 시장 규모는 2023년 9억270만달러(한화 약 1조2000억원)에서 2028년 48억9360만달러(6조6000억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AI 기술을 신약 개발에 활용하면 단 몇 시간 만에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기존에 10년 이상 걸리던 신약 개발 기간을 3년 수준으로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조원에 이르는 개발 비용도 6000억원 수준까지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4공장 전경. 삼성바이오로직스 제공

국내 기업들은 올해 핵심 사업전략으로 AI를 꼽았다. 이번 행사 메인 트랙 발표자로 나서는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최근 신년사를 통해 “품질은 생명을 다루는 바이오 업의 절대 기준이자, 어떠한 상황에서도 타협 없이 지켜내야만 하는 우리의 사명”이라며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AI 기반 공정 효율화를 통해 신규 CMO(위탁생산) 브랜드인 ‘엑설런스(ExellenS)’의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같은 메인 트랙에 서는 셀트리온도 AI를 적극 도입해 의약품뿐 아니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 사업 확장을 이어갈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AI로 인해 산업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이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결단을 추진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AI 플랫폼을 도입해 신약 개발에서부터 임상, 생산, 판매 등 사업 분야 전반에 걸쳐 업무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번 JPMHC는 AI가 제약바이오산업에서 기술을 넘어 전체 구조를 어떻게 재편할지 가늠해보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8일 보고서를 통해 “앞서 진행된 CES와 비슷하게 AI에 대한 관심이 꾸준히 증가 중”이라며 “2024년부터 젠슨 황 앤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세션을 진행하며 AI 산업을 주도한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참여가 확정된 상황이다”라고 전했다. 앞서 엔비디아는 2024년 JPMHC에서 전주기 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바이오니모(BioNeMo)’를 공개한 바 있다. 바이오니모는 신약 후보물질의 단백질 구조 예측부터 분자 최적화, 인체 내 표적 적용 예측, 본임상 진입까지의 전 개발 과정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다.

키움증권은 “AI를 기반으로 유전체를 분석하거나, 신약을 개발하거나, 의료 영상을 분석하는 등 세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의료 산업에서 AI가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ADC 신약 플랫폼 기술 ‘각축전’

ADC 플랫폼과 신약 후보물질 임상 성과도 주목받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기술이전과 글로벌 빅파마와의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다중항체 플랫폼을 개발하는 에이프릴바이오는 JPMHC 연계행사인 ‘JP모건 바이오 파트너링’에 참가해 글로벌 기업들과 ‘리맵(REMAP)’ 플랫폼의 기술이전과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다.

리맵은 다중결합 구조를 통해 최대 4개 타깃까지 결합할 수 있는 다중항체 플랫폼으로, 기존 항체 대비 종양 침투력과 타깃 결합력이 높다는 구조적 장점을 가졌다. 에이프릴바이오는 이를 바탕으로 ADC, 면역항암제 등을 개발하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차세대 ADC 링커와 독자 개발 페이로드들 보유한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도 글로벌 빅파마들에 ADC 플랫폼과 신약 후보물질들을 소개하고,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리가켐바이오는 ADC 플랫폼 ‘컨쥬올(ConjuAll)’ 기반 파이프라인인 ‘IKS014’(LCB14)와 ‘CS5001’(LCB71)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두 ADC 모두 임상에서 우수한 효능과 안전성을 확인했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연이은 긍정적 임상 데이터로 플랫폼의 신뢰도가 극대화된 시점인 만큼 이번 콘퍼런스를 통해 현재 진행 중인 다수의 기술이전 논의를 가속화하고,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 주요 협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에임드바이오는 자체 개발한 ROR1(수용체 티로신 키나제 유사 고아 수용체1) 표적 ADC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링 논의를 진행한다.

에임드바이오는 ADC, 뇌질환 치료제 개발을 전문으로 하며 BBB(뇌혈관장벽) 투과 플랫폼 기술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앞세워 지난해 10월 글로벌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과 최대 1조4000억원 규모의 ADC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블루오션’ MASH 치료제 임상 활발

MASH는 헬스케어산업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평가받는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MASH 치료제는 단 2종에 그치기 때문이다. MASH는 술을 마시지 않아도 간에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돼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비만, 당뇨병, 높은 LDL(저밀도) 콜레스테롤 등이 MASH 발생 위험을 높인다. 이는 간경변, 간 기능 저하, 간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에서만 약 2200만 명이 MASH를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MASH는 비만, 당뇨 같은 대사질환과 복잡하게 얽혀있어 명확한 표적을 설정하기 어렵고, 발병 기전이 완전히 규명되지 않은 탓에 임상시험 설계도 까다로워 수년간 제약사들이 신약 개발에 실패해왔다. 현재까지 FDA 승인을 받은 MASH 치료제는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가 개발한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스메티롬)와 노보노디스크의 비만·당뇨 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가 유일하다.

한미약품 평택 바이오플랜트. 한미약품 제공

MASH 치료제를 개발하는 국내 기업에는 동아에스티(동아ST), 디앤디파마텍, 한미약품, 유한양행 등이 있다. 디앤디파마텍의 MASH 신약 후보물질 ‘DD01’과 한미약품의 ‘에피노페그듀타이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는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9년 베링거인겔하임에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수출 했다가 지난해 3월 반환된 ‘YH25724’를 개발 중으로 1상 단계에 있다. 동아에스티는 미국 자회사 메타비아를 통해 ‘바노글리펠’(프로젝트명 DA-1241)을 2상 단계에서 개발하고 있다.

국내외 MASH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치료제 시장도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MASH 치료제 개발과 글로벌 시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2024년 1억8000만달러(약 2552억원)에서 2030년 92억6000만달러(약 13조1417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키움증권은 “올해에도 아시아 바이오텍의 부상이 키워드가 될 것으로 보이며, 비만치료제 경쟁 심화 속 다음 전략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신대현 기자
sdh3698@kukinews.com
신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