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와 소비 둔화로 국내 주류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맥주 업계 전반이 성장 정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외식 수요 회복이 더디고, 가정용 주류 소비마저 줄어들면서 다수 주류 기업들이 매출과 수익성 모두에서 압박을 받는 분위기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오비맥주는 예외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이 축소되는 와중에도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리며 업계 내 차별화된 성과를 냈다. 다만 가격 인상과 규제 리스크, 그리고 소주 사업을 둘러싼 전략적 선택은 향후 행보를 가늠할 변수로 꼽힌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최근 공시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2024년 매출 1조7403억원, 영업이익 366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2.5% 늘었고, 영업이익은 50% 이상 증가했다. 영업이익률 역시 2023년 15.1%에서 2024년 21%로 크게 개선됐다. 국내 주류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외형과 수익성을 동시에 끌어올린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오비맥주가 2014년 AB인베브에 인수된 이후 11년 만의 최대 실적이다.
시장 환경은 녹록지 않았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맥주 출고량은 감소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4년에도 전년 대비 3% 줄었다. 국민 1인당 국산 주류 소비량 역시 2015년 9.1리터에서 2022년 7.1리터로 7년간 약 15% 감소했다.
오비맥주의 실적 개선 배경으로는 가정용 시장 중심의 전략이 꼽힌다. 카스를 중심으로 한 주력 브랜드의 지배력을 유지하는 한편, 저칼로리 제품인 ‘카스 라이트’와 논알콜 제품군을 확대하며 소비자 선택지를 넓혔다는 분석이다. 건강과 절주 트렌드 확산 속에서 기존 맥주 소비를 대체하기보다 새로운 수요를 흡수하는 구조를 만들었고, 이는 실적 안정성으로 이어졌다.
특히 카스 라이트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카스 라이트는 지난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55% 이상 증가하며 가정용 맥주 시장 3위에 올랐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통해 대중 시장을 지키는 동시에, 카스 라이트로 기능성·저칼로리 수요를 흡수하며 가격대와 소비 목적별로 포트폴리오를 세분화했다. 논알콜 제품인 ‘카스 0.0’ 역시 젊은 소비자층과 운전·운동 전후 수요를 끌어들이며 브랜드 접점을 넓혔다.
가정용 중심 전략에 더해 외식·유흥 채널 공략도 병행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한맥을 앞세워 생맥주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가정용 시장이 이미 포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생맥주를 ‘맛과 경험 기반 소비’가 이뤄지는 핵심 접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주점에서 먹어본 뒤 맛있게 느껴지면 이 경험이 이후 캔·병 제품 구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노린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전략은 오비맥주의 브랜드 운영 방식에서도 확인된다. 카스와 카스 라이트는 대중성과 확장성을 담당하고, 한맥은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역할로 분리 운영하고 있다. 가정용, 생맥주, 프리미엄 브랜드를 각각 다른 축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3축 전략’을 통해 브랜드 간 역할 충돌을 최소화하고 소비자층을 세분화했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3040대 소비자층을 주요 타깃으로 두고 이들에게 특별한 음용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한맥의 생맥주 취급처는 지난해 1월 2400곳에서 7000곳을 넘어섰다”고 말했다.
다만 호실적의 이면에는 부담 요인도 적지 않다. 오비맥주는 관세포탈 혐의로 경영진이 기소되고,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는 등 규제 리스크에 직면했다. 여기에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이후 카스와 한맥 등 주요 제품 출고가를 평균 2.9% 인상하면서 소비자 반감도 나타났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들었지만, 시장에서는 실적과 가격 인상 시점이 맞물렸다는 점에서 비판도 제기된다.
업계에서 주목하는 대목은 오비맥주가 여전히 소주 사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유흥 주류 시장이 사실상 소맥 중심으로 형성돼 있음에도, 오비맥주는 ‘맥주 전문 기업’ 전략을 고수해 왔다. 경쟁사들이 맥주와 소주를 결합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동안에도 맥주에 집중하는 선택을 이어온 것이다.
대신 수출용 소주를 통해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8월 론칭한 자체 소주 브랜드 ‘건배짠’은 현재 말레이시아·대만·캐나다·싱가포르 등 4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오비맥주가 소주 분야에서 자체 브랜드를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맥주 전문 전략을 유지하면서도 제한적인 방식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오비맥주가 글로벌 유통망을 갖춘 모기업을 둔 만큼 물류 측면에서는 유리하겠지만, 소주가 보드카나 위스키처럼 세계적으로 일상화된 주류는 아닌 만큼 시장 반응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오비맥주 관계자는 “소주 수출 제품군을 다변화해 앞으로도 주류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