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엔터테인먼트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정치·외교 이벤트를 계기로 중국발 규제 완화를 기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주가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의 국빈 방문 일정 공개와 함께 기대감이 선반영되며 먼저 올랐던 만큼, 이달 들어서는 조정 국면에 들어선 모습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중국 정부가 실질적으로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을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면 반등할 것으로 분석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개인 투자자는 △JYP Ent. 주식을 853억5600만원어치 순매수하며 엔터 종목 가운데 가장 많이 사들였다. 같은 기간 △에스엠 848억6400만원, △하이브 557억6300만원, △와이지엔터테인먼트 328억4900만원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불과 일주일 남짓한 기간 동안 개인 자금이 엔터 ‘빅4’로 집중 유입된 것이다.
개인 수급이 몰린 것은 단순한 주가 반등 기대를 넘어, 외교 일정과 맞물린 정책 변화 가능성이 중장기 관점에서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 방문하면서 한·중 관계 복원과 함께 문화·콘텐츠 교류 정상화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퍼졌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7일 중국 상하이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한령 완화’와 관련해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잘 해결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점진적·단계적으로 질서 있게,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질서 있게, 유익하게, 건강하게 이 문제는 잘 해결될 것”이라면서 “(해결) 조짐 정도가 아니라 명확한 의사 표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대한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을 일부 완화하는 조짐을 보이면 국내 엔터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IBK투자증권 김유혁 연구원은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문화·콘텐츠 교류를 양국 모두가 수용 가능한 분야부터 점진적·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김 연구원은 특히 정책 기대를 숫자로 풀어 설명했다. 그는 “정상회담 이후 실무 부서 간 협의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가 관건”이라며 “중국 대도시 공연 시장이 일부라도 개방될 경우 국내 엔터사의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는 약 10~15% 상향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단순한 심리적 호재를 넘어, 실적 추정치에 직접 반영될 수 있는 변수라는 설명이다.
엔터 업종의 체력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점 역시 올해 초 엔터 업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에는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규제에 따른 실적 충격이 컸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음원 플랫폼을 중심으로 수익 구조가 다변화됐다. 실제로 글로벌 스트리밍 플랫폼 기준 국내 주요 엔터사 소속 아티스트의 월간 청취자 수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음원 성장세는 특정 국가의 규제와 무관하게 발생하는 구조적 변화라는 점에서, 엔터 업종의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음반과 공연은 일정에 따라 분기별 변동성이 존재하지만, 음원 부문은 글로벌 팬덤 확장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성장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중국 변수는 여기에 추가적인 ‘옵션 가치’로 작용한다. 중국 시장이 완전히 닫혀 있는 상황에서도 엔터사들이 실적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교류 재개 시에는 추가적인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형 기획사의 경우 중국 공연과 현지 광고, IP 사업 확장이 동시에 가능해질 수 있다.
다만 증권가는 단기 과열에 대해서는 경계의 목소리도 함께 내고 있다. 한한령 완화는 정책 변수인 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확인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외교 일정 이후 실무 협의 과정에서 속도 조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업종 전반에 대한 무차별적 접근보다는 실적 가시성이 높은 대형 기획사 중심의 선별적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당분간 엔터주가 정책 기대와 실적 모멘텀이 맞물린 테마성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이 먼저 반응한 수급 흐름이 외국인과 기관으로 확산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변수라는 불확실성을 안고 있지만 글로벌 음원 성장과 월드투어 재개, 정책 기대라는 세 가지 축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는 만큼 정책 변화의 가시성과 실적 반영 여부에 따라 엔터 업종이 다시 한 번 중장기 주도 섹터로 부상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