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틀대는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 체코 다음 챕터는…일원화·美계약 과제도

꿈틀대는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 체코 다음 챕터는…일원화·美계약 과제도

- 체코 26조원대 두코바니 원전 수주 이어 테멜린까지 기대감↑
- 미국·유럽 등 글로벌 원전 수요 급증…건설·기술 기반 韓 수혜
- 원전 수출 전략 드라이브…한전-한수원 교통정리, WEC 계약 여파 등 과제

기사승인 2026-01-13 06:00:16
체코 두코바니 지역 소재 원전 전경.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미국을 비롯해 유럽 등 글로벌 주요국들이 원전에 대한 수요를 대폭 늘리는 가운데, 지난해 체코 원전 수주를 기반으로 한국의 원전 수출이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흐름을 유지하려면 수출 창구 일원화 등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먼저 바로잡아야 한다는 분석이다.

13일 원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종 계약을 체결한 체코 두코바니 원전 건설사업 수주(187억2000만달러) 여파로, 2025년 한국 해외건설 총 수주액은 2014년(660억달러) 이후 11년 만에 최대치인 472억7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두코바니 사업을 포함한 유럽 지역에서 전년 대비 298% 성장한 201억6000달러를 기록해 전체의 42.6%를 차지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수주한 해당 사업은 두코바니에 1GW(기가와트)급 한국형 원전(APR1000) 2기를 공급하는 프로젝트로, 2029년 착공 예정이며 2036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한다. 특히 앞서 두코바니 원전 건설 계약 당시 추후 테멜린 지역에 원전 2기를 지을 경우, 한수원에 해당 사업의 우선협상권을 주기로 하는 옵션을 포함해 체코에서 또 한 번 수십조 원대 ‘잭팟’이 기대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카렐 하블리체크(Karel Havlíček) 체코 부총리 겸 산업부 장관은 “테멜린에 신규 원전 2기를 짓지 않으면 에너지 자급이 불가능하다”며, 내년쯤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유럽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국에서도 일제히 원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모양새다. 인도 정부는 원전 설비용량을 현재 약 7GW 수준에서 2047년까지 100GW로 확대하는 계획을 밝혔다. 통상 1GW 규모 대형 원전 건설 비용이 30억~40억달러 수준임을 감안하면 약 300조원 규모 원전 수출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대형 원전 시장 자체는 러시아의 점유율이 높은 편이지만, 이를 견제하는 미국이 규제·설계 표준을 활용해 인도 원전 수출 시장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건설 관련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 등 동맹국과의 협업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와 동시에 미국 내에서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력 확보를 위해 오는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현재의 4배로 늘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우리나라에 대한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대회의실에서 산업통상부 공공기관(가스·원전 수출 분야)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제공 

노 젓기 시작했지만…일원화 등 선결과제도

정부 역시 물 들어올 때 노를 젓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8일 진행된 산업통상부 산하기관 업무보고를 통해 “테멜린 3·4호기 추가 수주에 집중하는 한편, 현재 추진 중인 체코 두코바니, 이집트 엘다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사업을 차질없이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전력의 경우 바라카 원전을 직접 지었던 경험이 있는 UAE(아랍에미리트)와 원전 운영분야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정립하고, 베트남, 튀르키예 등 중점 국가 대상 수주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해 미국과 체결한 2000억달러 규모 대미투자펀드 현실화를 위해 미국 원전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 후보군을 선정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다만 여전히 둘로 나뉜 한전과 한수원 간 원전 수출 창구의 ‘교통정리’는 과제다. 현재는 한국형 원전을 사용할 수 있는 미국, 영국, 사우디아라비아 등 19개국은 한전이, 노형 설계 변경 등이 필요한 체코, 폴란드 등 32개국은 한수원이 맡고 있는 구조인데, 원전 수주 및 수출계약이 확대되는 가운데 혼선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바라카 원전 사례가 대표적인 예다. 원전 수출계약은 한전이, 건설 및 운영은 한수원이 맡아온 구조 속에서 추가 공사비 1조4000억원의 부담을 놓고 양사가 런던국제중재재판소(LCIA) 중재 절차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부터 진행 중인 일원화 관련 연구용역을 오는 3월까지 앞당겨 마무리하고 이르면 상반기 내 교통정리에 나설 방침이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 역시 업무보고 과정에서 한전, 한수원 수출 담당자들과 비공개로 논의를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난해 두코바니 수주 과정에서 미국 원전 기업 웨스팅하우스(WEC)와 체결한 계약에 따른 수출 제약도 해결과제다. 당시 한수원은 원천기술을 근거로 지적재산권을 주장해온 WEC에 원전을 수출할 때마다 수조원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해 불공정 계약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특히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멕시코 등 북미 시장과, 체코를 제외한 유럽 전역 등 국가에 대한 단독 수주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한전-한수원 원전 수출 일원화와 더불어 수출지역에 대한 재편 또한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양 기관 및 정부 모두가 이러한 갈등을 빠르게 매듭짓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 “한전이든 한수원이든 어느 한쪽으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공유가 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