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화업계 ‘부진의 늪’ 장기화, 4분기도 위태…올해도 ‘군살 빼기’ 지속

석화업계 ‘부진의 늪’ 장기화, 4분기도 위태…올해도 ‘군살 빼기’ 지속

- 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화 등 부진 지속 전망
- 4분기 정기 보수, 연말 비수기 등 부담 가중…고부가가치는 희망
- 연말 개편안 제출한 업계, 중국 이어 중동까지 설비 늘려…체질 개선 시급

기사승인 2026-01-13 17:46:03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전경. 롯데케미칼 제공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구조적 불황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지난해 4분기 역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가 지난해 말 정부에 제출한 구조조정 자율개편안에 따른 후속 조치가 진행되는 가운데, 결국 정부의 판단에 따라 올해 점진적인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13일 증권업계의 추정치 평균을 합산하면, 국내 석화4사(LG화학,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금호석유화학)는 지난해 4분기 합산 매출 8조원대를, 영업손실은 2200억원 안팎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 4200억원에서 절반가량 줄일 수 있겠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하며 위험한 수준이다.

세부적으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2375억원(iM증권)에서 2743억원(NH투자증권) 사이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석유화학은 영업손실 1000억원대 안팎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전환의 가능성이 높았다. 나프타 가격이 하락했음에도 연말 비수기 및 재고 조정에 따른 수요 둔화로 제품 가격이 더 큰 폭으로 하락하며 스프레드가 축소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대산 공장 정기 보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도 반영됐다.

롯데케미칼은 4분기 매출 4조5673억원, 영업손실 3118억원(상상인증권)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매출 -6.7%, 영업손실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됐다. 역시 연말 비수기에 의한 판매물량 감소, 수요 둔화에 따른 판가 하락이 영향을 미쳤다. 

다만 이러한 기초화학 실적 부진에도, 고부가·특화제품 사업에 대한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 실제로 롯데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의 4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각각 383억원(전년 동기 대비 29%↑), 315억원(158.2%↑)으로 집계됐다.

한화솔루션은 케미칼의 부진은 물론, 태양광의 일시적 수익성 악화까지 겹쳐 전 분기 대비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됐다. 4분기 영업손실은 1873억원(삼성증권)으로, 이 중 케미칼은 영업손실 477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387억원) 대비 적자 폭이 커질 전망이다.

라텍스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토대로 수익성을 보전해 왔던 금호석유화학 역시 4분기에는 정기 보수 등 일회성 비용과, 래깅 효과(원재료 투입 시차효과)가 반영되면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44.3% 감소한 471억원(iM증권)으로 추산됐다. 다만 한 차례 조정을 마친 합성고무 가격 및 시장이 안정화될 것으로 보여 이를 바탕으로 1분기(예상 영업이익 940억원)는 물론, 2026년 전체 반등이 기대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앞줄 가운데)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지난해 12월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챔버라운지에서 열린 ‘석유화학업계 사업재편 CEO 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석화업계는 우여곡절 끝에 정부가 요구한 구조조정 자율개편안을 마련해 지난해 말까지 제출을 마쳤다. 이러한 방안을 통합해 업계는 국내 전체 NCC(나프타분해설비) 용량 1470만톤 중 18~25%인 270만~370만톤을 감축할 예정이다.

개편안 외에도 업계는 NCC 가동률을 최대 60% 수준까지 낮추는 등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버티고 있는 형국이다. 여수산업단지에선 산단 금융지원을 위해 여천NCC(공동주주 DL케미칼·한화솔루션) 3공장(50만톤)에 이어 1·2공장(각각 90만톤) 중 한 곳을 폐쇄하거나, 롯데케미칼과 여천NCC의 중복설비를 통합하는 방안이 추가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상이해 진전이 쉽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가운데 올해도 중국발 공급 과잉이 심화하면서 업황 개선세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글로벌은 올해 전 세계 에틸렌 생산능력이 2억4200만톤으로 전년 대비 801만톤(3.4%) 늘어나고, 내년에는 2억5300만톤으로 1050만톤(4.3%)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중국뿐만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등 중동 산유국에서도 석화설비를 늘리고 있어 기존 산업구조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는 분석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올해 국내 석화기업들은 가동률 최적화 시도와 원가 부담 완화로 제품별 스프레드가 점진적으로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중국, 중동이 석화산업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어 국내 석화산업의 근본적인 기초체력이 살아나기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관건은 정부의 투자 방향이다. 업계에서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에 대한 지원 등을 요구하는 가운데, 정부는 업계 ‘1호’ 제출 개편안인 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채권단 실사를 한창 진행 중이다. 실사 중간보고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설 연휴쯤 채권단 금융지원 방안에 대한 윤곽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시작으로 국내 석화산업에 대한 구조조정 지원 방안이 순차적으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김재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