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 아닌 문화”…신세계사이먼의 임직원 복지 철학은 [가족친화기업, 현장을 묻다③]

“제도 아닌 문화”…신세계사이먼의 임직원 복지 철학은 [가족친화기업, 현장을 묻다③]

저출생과 인력난이 일상이 된 지금, 일과 삶의 균형은 기업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방식을 다시 묻게 한다.
가족친화 제도는 확산되고 있지만, 숫자 만으로는 산업 현장의 변화를 온전히 설명하기 어렵다.
쿠키뉴스 산업부는 2026년 신년을 맞아 가족친화인증 기업을 직접 만나, 각 산업에서 가족친화 정책이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기획 시리즈 [가족친화기업, 현장을 묻다]에 담았다. <편집자주>

기사승인 2026-01-28 06:00:13 업데이트 2026-01-29 16:48:09
좌측부터 신세계사이먼 인사총무팀 이인영 파트너, 정희두 파트너가 가족친화인증기업 인증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세계사이먼 제공


가족친화제도는 ‘있다’보다 ‘쓸 수 있다’가 중요하다. 신세계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은 현장 활용도가 높은 제도를 확산시키며 “필요하면 쓰는 것이 당연한 선택”이라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주말·야간 운영이 잦고 인력 공백을 메워야 하는 유통·서비스업 특성상 제도 도입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한 만큼, 신세계사이먼은 임신부터 학령기까지 생애 전반을 아우르는 가족친화제도를 운영 가능한 방식으로 정착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희두 신세계사이먼 인사총무팀 파트너는 19일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단기적인 출산 지원보다도 임신 인지 시점부터 법정 육아휴직 종료 이후까지 연속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희망육아휴직 제도를 시작으로 본인과 자녀를 위한 의료비 지원, 학자금 지원 등을 통해 육아라는 거대한 여정을 따라가는 제도 설계를 지향하고 있다”며 “결국 이 제도가 구성원이 그 시기에 조직을 떠나지 않도록, 버팀목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신세계사이먼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의 직원들이 많아 결혼·출산·육아 등 생애주기를 실제로 겪고 있거나 겪을 예정인 구성원이 조직의 허리를 이루고 있다. 젋은 연령대가 조직의 허리를 이룬다면 제도 유무보다 중요한 건 제도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신세계사이먼 가족친화인증기업 인증 준비를 담당한 정 파트너 역시 가족친화기업 인증에 도전한 배경에 대해 “구성원들이 회사에 함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이미 운영 중이던 제도들이 일회성이 아닌 기업문화로 정착되도록하기 위해 가족친화인증기업을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증 준비를 담당하면서 취업규칙을 전반적으로 점검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다. 특히 가족돌봄휴가·휴직·단축근무 등과 같이 찾아보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법적 제도들을 명확히 정리했고, 이를 보유한 제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에게 설명할 수 있고 안내할 수 있는 제도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고 덧붙였다.

신세계사이먼은 출산·육아를 특정 시점의 단기 이벤트로 보지 않고, 임신부터 학령기까지 이어지는 긴 과정으로 보고 제도를 설계하고 있다. 특히 현장에서는 시차출퇴근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시간단위 연차제도 등의 활용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유치원 등원 시간과 맞물리는 시차출퇴근제는 육아를 병행하는 구성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시간단위 연차는 병원 진료나 돌봄 등 일상적인 필요에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육아휴직에서 복직한 직원이 자녀 등원 후 출근하는 형태로 시차출퇴근제를 안정적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가족친화제도 운영 이후 가장 두드러진 변화로는 ‘사용 문화’의 확산을 꼽았다. 정 파트너는 “제도를 찾아서 사용하는 경우가 특별한 것이 아니라 ‘필요하면 쓰는 것이 당연한 선택’으로 임직원 사이에 조금씩 문화가 형성되기 시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출산이나 육아를 개인의 사정이 아니라 조직이 함께 축하하고 그 공백은 함께 감당해야 할 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형성됐고, 관리자 역시 제도 사용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어떻게 업무를 재조정할지를 먼저 고민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인상 깊은 사례로는 남성 육아휴직 사용이 이어졌다는 점을 들었다. 정 파트너는 “특히 두 번째로 육아휴직에 들어간 직원은 곧 셋째 자녀 출산을 앞두고 있어 의미가 더욱 컸다”며 “이후 세 번째 휴직 지원자까지 나오면서 조직 내에서 유연한 문화가 점차 자연스럽게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물론 개인의 결단도 있었겠지만 그 선택이 조직 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는 점이 더 인상 깊었다”며 “‘쓸 수 있는 제도’를 넘어 ‘정말 사용해도 되는 분위기’가 마련됐다는 것을 구성원들이 직접 경험한 사례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파주 프리미엄 아울렛 ‘매지컬 프로즌 빌리지’ 전경. 신세계사이먼 제공


“제도 활용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든다”

경기 여주·파주·시흥부터 부산·제주까지 프리미엄 아울렛을 운영하는 신세계사이먼은 점포별 현장 운영 제약이 큰 사업 구조 속에서도, 이번 가족친화인증을 계기로 본사와 점포 등 근무 형태와 무관하게 필요할 때 누구나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점을 의미 있는 변화로 평가했다. 다만 인력 구조상 ‘업무 공백’은 현실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 정 파트너는 “출산·육아휴직이 늘어날수록 대체 인력과 업무 재배치 문제는 현실적인 숙제로 남는다”며 “이 부분은 운영 방식과 인력 구조를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단기적인 비용과 운영 부담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제도를 고도화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정 파트너는 “단기적으로는 비용과 운영 부담이 발생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이탈 방지, 조직 안정성, 직무 몰입도 측면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선택이었다고 판단한다”며 “가족친화제도는 복지 항목이 아니라 조직이 사람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신세계사이먼의 긴 호흡의 복지 제도는 유통·서비스 산업 전반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업계는 근무 시간의 제약과 현장 운영 부담 탓에 가족친화제도 확산이 더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정 파트너는 “유통 서비스 산업은 근무시간의 제약과 현장 운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족친화제도를 ‘적용하기 어려운 제도’로 인식해 온 측면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가족친화제도가 복지 차원이 아니라 ‘조직 운영 전략’으로 자리 잡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제도 설계 단계에서부터 점포 현장에서의 실효성과 관리자 운영 부담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 파트너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고민하는 기업들에는 ‘제도’보다 ‘문화’를 먼저 보라고 조언했다. 그는 “가족친화제도는 얼마나 많은 제도를 갖추었는지 보다, 필요한 순간에 실제로 쓰였는지가 더 중요하다. 제도를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어려운 건 누군가 처음으로 그 제도를 활용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를 만드는 일”이라며 “가족친화인증을 준비하면서 제도보다 문화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했다. 그 문화가 자리 잡았을 때, 제도 또한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가족친화·여가친화 인증이란

가족친화인증제도는 성평등가족부가 주관하는 제도로, 자녀 출산·양육 지원, 유연근무제 운영 등 일과 가정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근무 환경과 조직문화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과 공공기관에 인증을 부여한다.

여가친화인증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관하며, 근로자의 여가활동을 장려하고 일과 여가의 균형을 위한 제도와 문화를 모범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다. 신세계사이먼은는 2025년 가족친화인증을 첫 획득했다.

이다빈 기자
dabin132@kukinews.com
이다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