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레일과 에스알(SR) 통합에 본격 속도를 내는 가운데, 정작 이를 진두지휘할 수장들의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철도 안전‧운영 전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최근 ‘이원화된 고속철도 통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코레일과 SR 기관 통합을 완료할 계획이다. 로드맵에 따라 오는 3월부터 KTX와 SRT의 일부 노선을 대상으로 교차 운행을 시행한다.
정부는 두 고속철도의 통합을 통해 고속 열차 좌석 부족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철도 운영 효율성과 안전 수준을 함께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은 최근 열린 산하기관 업무보고에서 철도 운영 통합과 관련해 “KTX와 SRT의 운영 통합은 물론 향후 기관 통합 논의에서도 국민 편익과 서비스 품질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며 기관 통합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제는 통합을 앞둔 상황에서 두 기관 수장의 공백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코레일은 한문희 전 사장이 지난해 8월 경북 청도 구간에서 발생한 무궁화호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한 이후 5개월 넘게 사장 자리가 공석인 상태다. SR 역시 지난해 11월 이종국 전 대표이사가 임기 만료로 퇴임한 이후 후임 인선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직무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이처럼 고속철도 통합의 핵심 실행 주체인 두 기관 수장의 동시 공석이 길어지면서, 통합 과정 전반에 대한 안전‧운영 및 현장 대응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직무대행 체제에서도 안전 대책 수립과 운영 관리는 이뤄지겠지만, 통합과 같은 중대 사안을 추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최고 책임자 부재가 길어질 경우 KTX‧SRT 교차 운행 등 주요 정책 과제를 이행하는 데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오는 3월로 예정된 KTX‧SRT 교차 운행을 앞두고 배차 및 정비 체계 조정, 차량 운용 기준 설정 등 주요 사안에 대한 의사결정이 요구되지만, 직무대행 체제로 기관 조율과 최종 판단에 속도를 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안전 관리 공백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고속철도 교차 운행은 단순한 노선 조정이 아닌 안전 기준과 비상 대응 체계를 함께 조율해야 하지만, 현재 통합 준비 과정에서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 현장 대응력이 저하될 수 있다. 특히 다음 달 설 연휴를 앞두고 대규모 여객 수송이 예정된 가운데, 책임자 부재라는 리스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통합 추진에 따른 노사 갈등 관리 부담도 커지고 있다. 통합 과정에서 인력 재배치와 근무 체계 변화가 수반될 가능성이 큰 만큼, 노사 간 이견이 표면화될 경우 이를 조정할 리더십 공백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수장 공백 장기화가 고속철도 통합 추진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김진유 경기대학교 도시교통공학과 교수는 “어떤 기관이든 수장이 공석일 경우 중요한 결정을 제때 내리기 어렵다”며 “특히 다가오는 고속철도 교차 운행이나, 설 연휴와 같이 수송 수요가 급증하고 돌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시기에 수장이 부재한다면 대응 책임과 판단 구조가 불명확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이어 “직무대행 체제는 권한과 역할에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정부와의 소통,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주도적으로 의견을 제시하거나 필요한 조치를 추진하는 데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이라는 중대한 전환기를 앞둔 만큼, 수장 인선이 조속히 이뤄져 책임과 권한이 분명한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