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아닌 ‘검증 시작’…6천피 무엇에 달렸나 [코스피5000]

‘정점’ 아닌 ‘검증 시작’…6천피 무엇에 달렸나 [코스피5000]

상단 최대 5800 전망…“이익이 버티는 한 우상향”
원·달러 1400원 기조 ‘환율의 역설’… 트럼프 관세 변수
“변동성 확대 시 분할매수…지수보다 종목”
“가보지 않은 길, 실적이라는 지도 믿어라”

기사승인 2026-01-23 06:00:11


한국 증시가 개장 70년 만에 코스피 5000을 돌파함에 따라 한국 자본시장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위에 들어섰다. 환호와 경계가 교차하는 가운데 시장의 시선은 이제 ‘안착’과 ‘추가 상승’이라는 갈림길 위에 서 있다.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은 코스피 5000을 단순한 심리적 고점 돌파가 아니라 기대 주도 장세에서 실적 중심 재평가 국면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으로 본다.

상단 최대 5800 전망…“이익이 버티는 한 우상향”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 여지가 아직 남아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번 상승 사이클에서 코스피 상단을 5800으로 제시하며 가장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한국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각각 5650, 5600을 제시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5000은 기대의 정점이 아니라, 한 단계 높아진 이익 레벨을 시장이 감당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숫자”라며 “조정 국면에서도 주당순이익(EPS) 컨센서스가 꺾이지 않는 점이 과거 고점과 다른 대목”이라고 짚었다. 

양지환 대신증권 센터장도 “2027년까지 두 자릿수 이익 증가가 이어질 가능성이 남아 있는 만큼, 주가와 실적이 동행하는 흐름은 유지될 수 있다”며 추가 상승 시나리오에 무게를 실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센터장은 코스피 상단 목표치를 5500으로 잡으며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실적 개선이 지수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달러 1400원대 ‘환율의 역설’… 트럼프 관세 변수

다만 5000 안착과 추가 상승을 위해 넘어야 할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고환율 기조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상호관세 공약, 지정학·정치 이벤트 등 대외 변수가 대표적인 경계 요인으로 거론된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센터장은 상호관세 현실화와 이란 리스크 확산에 따른 유가 상승을 핵심 변수로 꼽았다. 윤석모 삼성증권 센터장은 미국 대선·중간선거 등 정치 일정과 연준 인사·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승택 하나증권 센터장 역시 “2분기 이후 반도체 이익 증가율이 정점을 통과(피크아웃)할 가능성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율을 바라보는 시장의 해석은 엇갈린다. 코스피가 5000선을 향해 가는 과정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까지 올랐지만, 이를 곧바로 경제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유종우 센터장은 “고환율임에도 지수가 오르는 건 이례적”이라면서도 “고환율에 따른 외국인 매도 압력은 남아 있지만 국내 자금이 지수를 강하게 받치고 있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대형주의 채산성을 높여 실적을 떠받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자 하나은행 딜링룸 직원들이 환호하고 있다. 박효상 기자

“지수보다 종목”…소외된 코스닥의 반격 기대

전략 측면에서 센터장들은 ‘속도’보다 ‘지속성’에 방점을 찍는다. 지수가 단기 조정을 받더라도 이를 매도 신호로 보기보다는 이익 전망이 동반되는 종목을 중심으로 분할 매수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센터장은 “지수 레벨 자체로 투자 타이밍을 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이익 추정치가 상향되는 업종 위주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반도체 외에도 전력기기, 조선, 원전, 증권업을 유망 섹터로 제시했다.

윤창용 센터장은 “단기 조정이 오더라도 이를 경계해야 할 위험 신호가 아니라, 시장을 검증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으로 봐야 한다”면서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는 비중을 줄이기보다 분할 매수와 포지션 재조정의 기회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기보다는 반도체·IT·산업재 등 이익이 확인된 업종에 집중하는 전략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새 주도주로는 로봇과 자동차를 아우르는 ‘피지컬(Physical) AI’가 부상하고 있다. 황승택 센터장은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에 대한 호평과 로봇 모멘텀 강화가 지수 상승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센터장은 “올해 투자의 핵심 화두는 단연코 로봇”이라면서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전환(Car to Robot)의 중심에 선 국내 모빌리티 업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확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인내심’을 전제로 선별 매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유종우 센터장은 “2분기부터 코스닥에 기회가 열릴 수 있다”며 “미국 금리 인하로 시장 금리가 낮아지는 흐름 속에 국내 코스닥 부양 정책 기대가 커지고 있어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조수홍 센터장은 “정부 주도의 모태펀드와 국민성장펀드 자금이 AI, 바이오, 반도체 등 신성장 산업을 중심으로 집행될 예정”이라며 “코스피 대비 괴리가 커진 코스닥에는 기회 요인이 있다”고 진단했다. 윤창용 센터장도 “정책 효과가 직접 반영되는 주주환원주나 중소형 성장주가 초과수익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며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주문했다.

“가보지 않은 길, 실적이라는 지도를 믿어라”

코스피 5000 시대,  투자자들을 향한 조언의 방향은 대체로 일맥상통한다. 유종우 센터장은 “주도 업종 내 실적 우량주 중심 대응”을, 윤석모 센터장은 “수익을 누리되 하반기 변동성에 대비한 리밸런싱”을 강조했다. 박희찬 센터장은 “지금이라도 투자해야 하느냐고 묻는다면, 전망치를 선별해 분산 투자하라는 원칙을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코스피 5000선은 단기 고점이라기보다 한국 증시가 새로운 평가 구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 증권가에서는 기대보다는 실적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이익 가시성이 뚜렷한 종목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접근이 다음 국면의 핵심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임성영 기자
rssy0202@kukinews.com
임성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