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생 시대, 기업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가족친화기업, 현장을 묻다: 프롤로그]

저출생 시대, 기업은 어떻게 일하고 있나 [가족친화기업, 현장을 묻다: 프롤로그]

기사승인 2026-01-25 06:00:10
쿠키뉴스 자료사진.

저출생과 인력난은 더 이상 미래의 경고가 아니다. 사람을 구하고 유지하는 문제가 기업 운영의 핵심 과제가 되면서, 그 영향은 이미 산업 현장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현장에서는 채용 공백과 숙련 인력 부족이 반복되고, 남아 있는 인력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제 일과 삶의 균형은 복지의 영역에 머물지 않는다. 기업이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일할 것인지, 그리고 그 관계를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일·가정 양립을 둘러싼 제도와 환경의 확대로 이어졌다. 정부와 기업을 중심으로 관련 제도가 빠르게 늘었고, 사회적 인식 역시 이전과는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그 변화는 숫자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전국 일·생활 균형 지수는 65.7점으로 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남성 육아휴직자는 처음으로 6만명대를 넘어섰고, 육아휴직자 3명 중 1명은 아빠였다. 제도 확산과 참여 확대라는 측면에서는 분명한 변화다.

다만 제도의 확대가 곧바로 현장의 변화로 이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육아휴직과 유연근무가 제도상 가능해졌다는 사실과, 실제 일터에서 부담 없이 활용할 수 있는 환경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일과 가정의 균형이 개인의 선택을 넘어 조직의 운영 방식으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해서도 산업과 현장에 따라 평가가 엇갈린다.

최근 연구는 이 간극을 보여준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유자녀 남성의 일·가족 양립 갈등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육아휴직을 사용한 남성은 비사용자보다 직장 일로 인한 가사 소홀, 직장 스트레스에 따른 가정 내 갈등, 가사·양육 부담에 따른 수면 부족 등 일·가족 갈등 수준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원인으로 남성 육아휴직이 아직 조직 내 ‘정상 경로’로 자리 잡지 못한 점을 꼽으며, 복귀 이후의 비공식적 압박이나 불이익이 갈등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제도의 존재보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문화가 부족할 경우, 휴직 이후의 압박과 이중 부담이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대로 가족친화적인 조직문화가 자리 잡은 곳에서는 남성의 육아휴직이 일·가정 균형 개선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정책 논의의 영역에서도 공유되고 있다. 정부는 저출산·고령화는 국가의 가장 시급한 구조적 리스크로 규정됐고, 일·가정 양립 제도의 확대와 보편화는 중장기 인구 전략의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그러나 정책과 제도가 실제 일터에서 어떤 모습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는 여전히 점검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 같은 질문을 안고, 쿠키뉴스 산업부는 2026년 신년을 맞아 [가족친화기업, 현장을 묻다] 기획 시리즈를 준비했다. 공기업과 제조업, 유통·서비스업, 공항 현장까지 서로 다른 산업 환경에 놓인 기업들을 직접 만났다. 한국전력, KAC공항서비스, 롯데케미칼, 신세계사이먼, KGC인삼공사,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은 각기 다른 조건 속에서 가족친화 정책을 설계하고 운영해 온 사례다. 

저출생과 인력난이라는 구조적 위기 속에서, 기업과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함께 일하고 있는지를 묻고 그 선택과 고민을 총 7편에 걸쳐 현장의 목소리로 기록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